두 사람이 맞들고 온 상엔 3년된 別味 무장아찌 등…보기만 해도 군침 절로 도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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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2   |  발행일 2017-06-02 제35면   |  수정 2017-06-02
[순창한정식의 숨결을 찾아서] 2代째 가업을 이은 ‘새집’의 한상차림
순창 최초로 고추장돼지불고기도 선봬
두 사람이 맞들고 온 상엔 3년된 別味 무장아찌 등…보기만 해도 군침 절로 도네
순창서 처음 연탄석쇠 돼지불고기를 선뵌 허경순 ‘새집’대표.

남도한정식. 어디 가야 제대로 된 맛을 볼 수 있을까. 전주와 광주? 아니다. 남도한정식의 고장이 되려고 하면 잘 발달된 갯벌과 강의 하류가 만나는 접점, 그러니까 기수역에 자릴 잡은 고장이라야 된다. 대표적인 곳이 전남 해남과 강진이다.

순창과 담양은 내륙이면서도 나름대로 남도한정식 기운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남도한정식은 정작 토박이에겐 그렇게 사랑을 받지 못한다. 이유가 있다. 매일 먹는 집밥 수준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지역민에겐 가장 잘 알려진 ‘새집’을 찾았다. 새집은 남원집, 옥천골, 가람 등과 함께 순창한정식을 선도한다. 새집은 나지막한 기와집이다. 그런데 반은 한옥이고 그 옆에는 1960년대 버전의 하숙집이 맞붙어 ‘ㅁ’ 자 구조를 이뤘다. 무엇보다 잘 익은 오딧빛 대청과 툇마루가 볼거리다. 기둥은 요즘 건축백화점에선 볼 수도 살 수도 없는 홍송이다. 그게 탐난 이런저런 건축자가 고액을 제시하며 그 고재를 가져가려고 야단이다.

여긴 한상차림이다. 서빙 방식은 경상도와 확연히 다르다. 수십 가지 반찬을 한꺼번에 올려 2인1조로 직접 방 안에 들고 들어온다.

23년 전 시어머니(박귀임·86)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은 허경순씨. 그녀가 이 집만의 사연을 간직한 호마이카상 10여개를 보라며 대문 쪽을 가리킨다. 허씨의 얼굴은 연탄화덕의 열기에 너무 노출돼 발갛게 익어버렸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고추장돼지불고기. 순창에서 맨 처음 내놓았단다.

“물엿 등 달달한 첨가제가 많이 가미된 공장표 고추장을 발라 구우면 빨리 타게 됩니다. 하지만 우린 설탕류 대신 엿기름을 사용해서 잘 타지 않습니다. 가스불 대신 연탄불에서 구워서 그런지 잡내도 별로 없어요.”

평소 대구에서 먹던 그 고추장불고기가 아니다. 새우젓으로 담근 깍두기, 3년 만에 먹을 수 있다는 무장아찌 등은 여느 집과 달리 묵직한 울림을 준다. 깻잎장아찌도 대구식과 다르다. 말린 멸치를 깔고 그 위에 깻잎을 올려 쪄낸 것이다. 잘 찐 호박잎을 씹는 맛이다. 겨울에는 통무로 만든 신건지(동치미), 여름에는 죽순이 나온다. 목포권에선 주종인 홍어와 강진한정식에 단골인 백합탕은 내지 않는다. 다슬기탕 정도로 대신한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두 사람이 맞들고 온 상엔 3년된 別味 무장아찌 등…보기만 해도 군침 절로 도네
식당 ‘새집’의 명물인 6인용 한상차림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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