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규엽 한국대성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7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이용하겠다는 생각보다 중국과 더불어 상생·발전하겠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성주 배치가 이뤄지면서 한·중 관계가 더욱 경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가 간 관계가 좋지 않을 때 지방정부의 가치가 비로소 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투자처입니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부위정경’(扶危定傾-위기를 맞아 잘못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의 정신으로 중국의 여러 지방정부와 더욱 활발하게 직접 교류에 나선다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구 출신의 이규엽 한국대성자산운용 대표의 일성이다. 한국대성자산운용은 이 대표가 지난해 11월21일 설립한 국내 최초 중국 인프라 특화 자산운용사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 대륜고를 졸업한 이 대표는 1990년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에 입행해 10년간 근무한 후 2000년 1월 금융감독원에 경력직원으로 입사, 이후 금감원 재직 중 10년간 중국에서 경력을 쌓으며 중국 금융계 인사들과 네트워크도 구축한 ‘중국통’이다. 영남일보는 사드 배치가 전격 이뤄진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위치한 한국대성자산운용에서 중국이란 시장의 가치와 지방정부의 중국 진출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中, 韓기업 의존도 낮춰 본토기업 확대계기 삼아
자국 금융시장 발전·外資 장기적 성장 도모 전략
외국인 불리한 여건 속 세계기업 진출 지속 증가
이젠 공장건설 보다 성장기업 전략적 지분투자를
대구·경북창조경제센터 주도해 中企 진출 지원
市·道·기관-中 공동펀드 조성 정보제공 등 필요
지방성급 SOC사업 시작 단계…투자 모색 제안
▶사드 전격 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사드 보복 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경제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는가.
“한국 내 사드 배치로 인해 두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 부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먼저 여행업의 경우, 올해 2분기 한국을 방문한 중국 여행객 수는 1분기 대비 66% 감소했다. 숙식업도 이에 동반해 매출이 줄었다. 또 올 상반기 중국내 현대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42% 급감했다. 특히 롯데마트의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중국내 롯데마트는 99개 점포 가운데 87개가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 자금의 중국 내 사회간접자본(SOC) 또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적극적으로 유치하려고 한다. 올해 한국대성자산운용 임직원의 중국 내 출장은 약 20회이다. 중국 출장에서 만나는 중국 측 협상 파트너로부터 사드 배치로 인해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종합하면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은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소비재 등 실물부문에서는 한국 기업의 의존도를 낮춰 중국 본토 기업의 시장 확대 기회로 삼는다. 반면, 자본시장 부문에서는 선진 금융기법의 도입으로 중국 금융시장의 발전과 외자를 통한 중국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시장 개혁, 공급 개혁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중국이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함에 따라 중국 본토기업의 성장세가 무섭다. 이 때문에 한국기업들의 중국 탈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보는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 내 외국기업이 철수하는 원인은 첫째, 중국내 임금과 토지 가격이 최근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둘째, 개방 초기에는 중국 국민이 외국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지만, 이젠 외국 제품이라고 무조건 선호하지 않는다. 가격과 질을 꼼꼼하게 따진 후 구매를 결정할 만큼 신중한 안목을 가지기 시작했다. 셋째, 중국 정부의 지적재산권 보호 의지가 미흡하고 정책 변화가 심한 편이다. 외국기업은 중국 본토 기업보다 이러한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넷째, 중국 대기 오염 등 환경이 외국 기업 주재원의 입장에서 는 인내하기 곤란할 정도로 악화됐다.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가 외자에 대한 개방 초기에는 많은 우대정책을 실시했다. 이제는 서서히 이러한 우대정책이 폐지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외국 기업에 대한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중국 내 신규 진입하는 외국기업의 수와 유입되는 외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상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중국내 신규 진입하는 외국기업은 2만개 이상이다.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바이두, 알리바바 및 텐센트 이 3개 기업의 과점 주주는 미국, 일본 및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이제는 중국 내 노동집약적인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공장을 건설하기보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에 맞다.”
▶대구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대구·경북이 중국에 진출할 방법을 제안한다면.
“비록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일지라도 직접 중국 판로를 개척하는 일은 쉽지 않다. 따라서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도해 중국 내 신뢰할 파트너와 함께 기술력을 보유한 대구·경북 소재 중소기업이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좋겠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대구시, 경북도, 정부, 정책금융기관 및 상업은행 등이 중국의 대형 기금과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해 금융 및 시장정보를 체계적이며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와 함께 중국 각 지방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SOC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도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급에서 하는 고속철도의 경우 지방성급 내에 있는 것은 시작도 안 했고 특히 시(市) 단위는 해야 할 프로젝트가 무궁무진하게 많다. 넓은 의미에서 중국의 SOC는 시작단계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지하철이나 철도는 지금까지 중국에서 사업 포기를 하거나 부도율이 거의 없는 사업으로 리스크도 적다. 무엇보다 중국이 현재 ‘2030철도계획’에 의거해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이고, 현금흐름도 풍부하다. 따라서 대구시와 경북도가 SOC 건설 자금이 부족한 중국의 여러 성이나 시 등을 방문해 투자 기회를 모색해 본다면 분명 기회가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 기회를 찾고자 하는 기업인과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중국 내 신뢰할 만한 파트너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인 또는 투자자가 중국에서 단기적 이익을 따져 이용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먼저 그들의 친구가 될 자격을 갖춰야 한다. 기본적인 언어 능력과 소양을 바탕으로 중국 문화와 역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글·사진=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 이규엽 대표는 = △1962년생 △대륜고 졸업 △고려대 법학·정치학 학사 △중국 정법대학 민상법학원 금융법 박사 △한중금융연구센터장·중국산둥성웨이하이중재위원회 중재원 △2013년 경제부총리 표창·2005년 금융감독위원장상·2002년 금융감독원장상 수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