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개 주인의 주의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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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5 07:37  |  수정 2017-09-15 07:37  |  발행일 2017-09-15 제9면
[변호인 리포트] 개 주인의 주의의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창 고인돌 산책로를 걷던 40대 부부는 갑자기 으르렁 소리를 내며 달려든 개 4마리와 필사적으로 싸우게 됐다. 처음에는 산 속에서 나온 들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주인이 목줄을 풀어 돌아다니게 한 멧돼지 잡이용 사냥개였다.

부부는 팔·어깨·허벅지 등을 5분 동안 7차례나 물렸고, 한 명은 개에게 물린 채로 논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피해자 부부와 그의 지인들이 사투를 벌여 겨우 개들을 떼어내고, 병원에서 3시간이나 봉합수술을 받았는데도 성형수술이 남았다고 하니 사실상 테러에 가깝다. 특히 개 주인은 개가 사람을 습격하자 현장에서 도망쳤다고 한다.

개 주인은 대형견의 잡종 새끼 4마리를 2년간 멧돼지 사냥훈련을 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위험한 훈련을 시킨 대형견이 목줄과 입마개 없이 집 밖으로 나돌아다닐 경우 행인을 공격할 수 있고,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음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개 주인이 그러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은 일반 과실이 아니고 중과실로 평가돼 가중처벌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개 주인은 중과실로 인해 사람을 다치게 했으므로 중과실치상죄가 성립한다. 자신의 선행행위로 인해 구호의무가 발생했는데도 피해자를 돕지 않고 자리를 뜸으로써 유기한 것은 별도의 유기죄 또는 유기치상죄로 처벌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사안을 달리해 만약 개를 사주해 사람을 물게 하거나 물어 죽이게 하면 상해죄·살인죄로 처벌된다. 또 개가 짖도록 조종해 사람을 놀라게 하거나 놀라 넘어져 다치게 했다면 폭행죄·상해죄로 처벌된다. 이때 개는 총 또는 총알이고, 가해자는 개를 총과 같이 이용한 직접정범이다. 정신병자를 조종해 타인을 죽이거나 때리도록 하는 것은 개를 이용한 것과 달라, 처벌되지 않는 자를 이용해 숨어서 범죄를 저지른 간접정범으로 처벌받게 된다.

개 주인은 위와 같은 형사처벌 이외에도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물게 되고(민법 제759조 동물 점유자 책임), 배상책임도 피해자의 치료비에 그치지 않고 장래 성형수술비용, 개호비, 입원비, 약제비와 보조도구비, 일실수익, 피해자 가족의 정신적 위자료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범위로 인정되므로 주의를 요한다.

위 동물 점유자의 책임에는 소유자·간접점유자·점유보조자가 모두 포함된다고 해석되고, 대법원은 소유자와 간접점유자의 책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대판 80다2966 판결).한국소비자원의 발표를 보면 개에 물린 사고는 2016년 1천19건이었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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