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耳順,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

  • 김수영,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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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3  |  수정 2023-11-30 14:02  |  발행일 2017-11-03 제33면
대구수성시니어클럽 만촌문화센터 도예강좌
60∼70대 수강생 저마다 목표 향한 배움의 길
“도자기를 만들고 나누는 재미로 삶에 새 활력”
“공방 차려 용돈을 벌 계획” 등 제2 인생 열정
“耳順,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
대구수성시니어클럽 만촌교육문화센터에서 진행 중인 도자기공예강좌에서 수강생들이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지난달 20일 대구수성시니어클럽 만촌교육문화센터에서 진행 중인 도자기공예강좌를 취재하러 갔다. 수업은 3층 강의실에서 열렸는데 계단을 오르던 중 벽에 붙은 벽보가 눈길을 끌었다.

“은퇴란 자기 몸을 보고 하는 게 아니라 정신을 향해 ‘나는 은퇴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숨을 쉬고 있는 한 은퇴라는 것은 없다”(루비 디), “60세든 16세든 인간의 가슴 속에는 경이에 이끌리는 마음, 어린애와 같은 미지에 대한 탐구심, 인생에 대한 흥미와 환희가 있다”(사무엘 울만), “노인 같은 젊은이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젊은이 같은 노인을 만나는 것은 기쁜 일이다”(키케로), “노인 한분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도서관 한채가 불타는 것과 같다”(아프리카 속담).

벽보가 끝나는 지점에서 마주한 강의실 풍경은 사뭇 진지했다. 시니어클럽에서 하는 강의이니 분명 나이 든 분들이 많을텐데 이 분들이 도예수업을 어떻게 하는지가 살짝 궁금하기도 했다. 도예는 일반 청강식 강좌와 달리 흙을 다뤄야 돼 움직임이 꽤나 많고 섬세함도 필요하다. 강의실을 둘러보니 머리가 희끗희끗한 60~70대 어르신들로 가득했다. 7~8명은 도예강사인 이경옥씨가 직접 도자기를 만들면서 설명하는 것을 주의깊게 듣고 있었고 나머지 분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서 도자기를 만드는데 한창이었다.

이경옥 강사는 “지난해 4월에 개설해 3개월 단위의 강좌로 계속 열어오고 있다. 강좌마다 20명 정원이 거의 다 찬다. 개설할 때부터 지금까지 듣는 분들도 꽤나 많다”며 “수강생 대부분이 60대라서 받아들이는 것은 좀 늦지만 열정은 젊은 친구들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강의시간이 3시간이라 수업집중도가 떨어질 것 같았으나 이 강사의 설명은 완전히 달랐다. 그는 “오후 2시30분부터 수업하는데 2시부터 미리 와서 준비하고 만드는 분들이 많다. 5시30분 수업을 마친 뒤에도 남아서 도자기를 좀더 다듬는 분들이 있다. 수업에 충실한 만큼 강의실 청소 등도 너무 깨끗하게 해서 강사인 제가 배우는 부분이 많다”고도 했다.

도예강좌 개설 때부터 수업을 들으며 도자기강좌 모임의 회장이기도 한 김용호씨(66)는 “만드는 것을 좋아했지만 도예는 처음 해본다. 지난해 도예강좌 개설 때 이경옥 강사의 프로필을 보고는 바로 신청했다. 대학에 강의를 나가고 도자기명인이기도 해서 믿음이 갔다”며 “열심히 배워서 공방을 만들어 용돈이라도 벌려 한다”고 설명했다.

1년6개월 동안 30여점의 도자기를 만들었다는 그는 “도자기 만드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 3시간의 수업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 이런 좋은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수성시니어클럽을 만든 이진훈 수성구청장께도 감사하다”는 말까지 곁들였다.

김 회장의 옆에서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이정애씨(69)와 김용순씨(67)도 도자기를 하면서 삶의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다는 말을 했다. 이씨는 “젊었을 때 일을 많이 해서 손가락이 많이 아팠는데 도예를 한 뒤 다 나았다. 향꽂이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많이 나눠줬다. 만드는 재미와 나눠주는 행복을 두루 느낀다”고 했다. 김씨도 “시니어클럽에서 자수강좌를 들으니 좋아서 도자기까지 배우게 됐다. 잡념이 사라지고 나눠주는 재미가 크다”고 했다.

100세 시대라 한다. 이 말은 오래 산다는 의미를 넘어서 나이가 들어서 살아갈 시간이 길어진다는 뜻도 있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 노후를 보내야 하는 시대에 과거의 어르신들처럼 늙었다고 집안에서만 지낼 순 없다. 퇴직 후, 자녀들을 다 키운 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을 체계적으로 잘 세워야 한다. 그동안 가족을 돌보기 위해, 직장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열정을 쏟았다면 이제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흔히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하지만 공부는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어른들도 필요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공부에 손을 놓은 지 오래됐지만 어른들의 마음 속에도 늘 공부에 대한 열망은 자리하고 있다. 공부는 끝이 없고 나이와도 상관이 없다. 최근 주위를 둘러보면 뒤늦게 공부에 재미를 붙여 도전과 열정이라는 삶의 가치를 키워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삶을 살펴봤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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