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상한증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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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2 08:04  |  수정 2017-12-12 08:11  |  발행일 2017-12-12 제21면
잘 낫지 않는 감기, 경락자극 침자법과 약제로 氣 보충
“감기, 한기에 대한 경락의 반응 氣흐르는 통로인 경락자극 조절”
20171212

이맘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감기에 걸린 후 잘 낫지 않는데, 혹시 한방으로 방법이 없는냐는 것이다. 답은 “당연히 있다”다.

한의학에서 감기를 다루는 것은 역사가 상당히 오래됐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의서 중에 하나가 장중경 선생이 쓴 ‘상한론(傷寒論)’으로 ‘황제내경(皇帝內經)’과 함께 한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책이다.

한의대생에게 상한론은 황제내경·동의보감(東醫寶鑑)과 같이 필독서로 모든 처방의 시작점에 위치한다. 상한론은 책 제목 그대로 한기(寒氣), 즉 찬 기운에 상했을 때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증상이 나타나며 어떻게 치료해야 되는지에 대해 쓴 책이다.

이 책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면 한의학에서는 감기증상을 한기에 대한 경락의 반응으로 해석한다. 경락이란 기가 흘러가는 통로를 말하는데, 피가 혈관을 타고 흐르듯이 기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경락을 따라 우리 몸 전체를 흘러가며 몸을 조절한다. 전면부·측면부·후면부 세 부분으로 나뉘어 각 부분에 4개의 경이 흘러 총 12개의 경락이 흐른다. 여기서 4개의 경이란 상부에서 안과 밖을 담당하는 2개의 경, 하부에서 안과 밖을 담당하는 2개의 경을 말한다.

외부에서 한사(寒邪·냉기)가 침투하면 처음에 밖을 담당하는 경락에서 이에 대항해 싸움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 경락으로 기운이 쏠려 꽉 막히게 되어 안을 압박하게 된다. 원래 안에서 밖으로 소통이 되어야 되는데 되질 않으니 처음에는 부들부들 떨 정도로 춥다가도 곧 고열이 발생하게 된다. 이때를 전도실증(前導實症)이라 하며 치료 방법은 소통이 될 수 있게 밖의 경락을 돌려야 한다.

증상이 더 진행되면 밖에서 안으로의 압박은 사라지나 밖을 담당하는 경락 전체로 전이가 돼 고열은 아니나 미열과 함께 염증적 증상이 지속되게 되며 이를 실증(實症)이라 한다.

이 두 가지 경우에는 침자법으로 위로 치우친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리고 밖의 경락을 자극해 푸는 치료법들이 사용된다. 마황(麻黃), 계지(桂枝), 갈근(葛根) 등의 약재가 들어간 처방으로 발표시키는 방법이 사용된다.

여기서 낫지 않으면 병사가 안으로 침투하게 되는데 몸이 싸울 힘을 잃고 기운이 가라앉아 증상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몸의 상태가 축 처지게 된다. 이를 허증(虛症)이라 하고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의 약들은 잘 듣지 않게 된다.

더 진행됐을 때는 내부의 경락이 힘을 잃게 되고 감기 증상은 없어져 나은 것 같이 보이나 아프기 전과 다르게 식욕도 없고 몸 상태가 예전과 다름을 느끼게 된다. 감기를 한 달 정도 한 후에 감기는 나았는데 전혀 힘을 못쓰겠다고 하는 경우에 이에 해당된다. 사실 감기가 나은 것이 아니라 더 진행되어 싸울 힘을 잃게 된 것을 말한다.

싸우지 않으니 증상 역시 나타나지 않는 것이며 이를 만증(慢症)이라 한다. 허증과 만증의 경우 침자법으로는 밖의 경락이 아니라 내부의 경락을 자극해 움직여줘야 되며, 처방 역시 쌍화탕(雙和湯)이나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 같은 약제로 보를 해줘야 몸이 회복되게 된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같은 감기라고 하더라도 우리 몸의 상태는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기에 진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시작했고 어디까지 진행됐는가를 보는 것이다. 감기와 마찬가지로 모든 병에는 진행과정이 있는데 크게 ‘잠복기→발광기→회복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병사가 침투하면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잠복기를 가진 후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 발광기인데 일반적으로 인체의 경락생리상 72시간으로 본다.

72시간 즉 3일 동안 세게 싸운 후 회복기로 들어서거나, 아니면 다시 잠복기로 들어가 꼭 나은 것 같지만 사실 낫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다가 ‘재발광기’가 나타나며 반복되게 된다.

여기서 치료하기 가장 좋을 때가 언제인지를 알 수 있는데, 발광기가 끝나서 회복기로 들어가는 시점이 된다. ‘아프면 3일 있다가 침을 맞아라’라는 옛 어른들 말씀의 의미를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는 동양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경우 감기에 걸려 병원을 가도 바로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3일 정도 지켜본 후 약을 주는 경우를 꽤 볼 수 있다.

물론 열이 40℃가 넘는 위급상황에서는 바로 조치를 하는 것이 맞으며, 이는 일반인이 감별하기엔 사실 힘든 부분이기에 치료의 적기를 떠나 아프다고 느껴지면 전문 의료인을 찾아 진단에 따라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증상

▷냉기침투로 떨림·고열 발생
▷지속되면 미열·염증적 증상

치료
▷장기지속땐 내부경락 자극
▷쌍화탕·십전대보탕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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