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뇌가 즐거운 삼계탕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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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06 07:45  |  수정 2018-09-21 14:03  |  발행일 2018-08-06 제15면
20180806

정말 더운 여름입니다. 특히 대구는 뇌도 녹아버릴 만큼 덥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덥습니다. 아마 요즘 산이나 물가로 피서를 떠나는 분도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혹시라도 휴가를 갈 형편이 못 되는 분들은 보양식으로 더위에 지친 몸을 다스리겠죠? 그중 삼계탕이 더위에 지친 몸을 위로해주는 여름철 대표적인 보양식인 것 같습니다. 영양학적으로 보아도 삼계탕은 단백질, 지방, 그리고 탄수화물이 적절히 갖춰진 참 좋은 식사입니다. 그리고 삼계탕의 뜨거운 국물을 들이켜면 땀이 쏟아지고 이내 몸이 좀 시원해진 느낌을 받습니다. 또 삼계탕을 먹으며 닭다리 살을 뜯다가 몸통 속에 채워진 밥을 함께 씹으면 뇌 속에서 아름다운 교향곡이 울려 퍼지는 행복감이 들고 잠시나마 더위는 잊게 됩니다.

여름철 삼계탕이 선물하는 이 마술 같은 모든 일들은 우리의 뇌를 속이는 것입니다. 우리 뇌 속에는 시상하부란 기관이 있어 우리 몸의 체온을 조절합니다. 시상하부는 여름 더위로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 몸 속 온도를 낮춰 체온을 유지합니다. 반대로 겨울에는 추위로 피부 온도가 내려가고 시상하부는 몸을 덜덜 떨게 하여 몸 속 온도를 올려 체온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더운 여름날에 뜨거운 음식을 먹게 되면 몸 속 온도가 올라가게 되고 이로 인해 시상하부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배출하여 피부 온도를 낮추려 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여름에 뜨거운 탕을 먹으면 도리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죠. 에어컨이나 냉장고도 없던 시절, 우리 조상들이 여름을 나는 이열치열(以熱治熱) 방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최근 미국 예일대의 다나 스몰 교수 연구팀에 의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냥 닭고기만 먹거나 밥만 먹으면 삼계탕을 먹을 때 느끼는 행복감을 경험하지 못할 것이라 합니다. 이들 연구진에 따르면 뇌 속에는 지방 섭취를 감지하는 뇌의 경로와 탄수화물 섭취를 감지하는 뇌의 경로가 다른데, 이들 경로는 섭취된 영양분에 대한 뇌의 반응을 서로 독립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신기하게도 같은 칼로리의 음식이라도 지방과 탄수화물이 함께 포함된 음식에 대한 뇌 속 보상회로의 활성도가 지방 함유량만 높은 음식이나 탄수화물 함유량만 높은 음식에 비해 더 높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즉 우리 뇌 속에는 지방함유량이 높은 닭고기를 먹으면 느끼는 행복감을 계산하는 뇌의 경로와 탄수화물로 구성된 밥을 먹으면 느끼는 행복감을 계산하는 뇌의 경로가 각각 존재하는데, 닭고기와 밥을 동시에 먹으면 뇌가 산수를 잘못하여 행복감 계산에 오류가 생겨 각각 먹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하게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과장하자면 뇌가 각 회로에서 올라온 행복감을 덧셈처리 해야 하는데 곱셈을 한다고나 할까요? 어쩌면 이렇게 산수가 약한 뇌 때문에 배부르게 고기를 먹고도 꼭 된장찌개와 밥 한 공기를 더 시켜 결국 살이 찌게 되는지도 모르겠네요. 폭염에 몸도 마음도 지치고 불쾌지수도 높아져 작은 일에도 참기가 힘든 여름입니다. 오늘은 잠시 다이어트는 잊고 지방과 탄수화물 그리고 단백질까지 갖춘 영양식, 뜨거운 삼계탕 한 그릇으로 뇌를 속여 더위도 이기고 뇌 속 보상회로를 극대화하여 행복감도 배가시켜 보는 것은 어떨지요? 시원한 아이스크림 역시 탄수화물과 지방이 풍부한 음식이니 오후 휴식시간에는 아이스크림 하나 먹는 것도 여러분의 뇌를 행복하게 하는 데 좋겠죠?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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