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합성 조절로 재배효율 최대 40배 높인 ‘식물공장’ 주목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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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3   |  발행일 2018-11-03 제13면   |  수정 2018-11-03
■ 미래농법 개발에 앞장선 기바인터내셔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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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제주 애월읍 소길리에 들어선 식물공장 내부에서 상추를 재배하는 모습.

2050년이면 전 세계 인구는 90억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식량 소비량도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농촌은 위협에 직면해 있다. 고령화로 노동력은 감소하고 있으며, 경작지 면적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폭설, 가뭄 등 급격한 기후변화도 식량난을 부채질할 공산이 크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식량 문제의 해결책으로 미래농업이 뜨고 있다. 농업에 첨단 기술을 접목해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부상하는 미래농업에서 주목되는 업체가 있다. 기바인터내셔날<주>이다.

대학 후배와 창업 연구소로 출발
초기엔 온실용 열저장장치 개발
이후 신재생·바이오산업에 집중

2013년 설립한 제주도 식물공장
설치비용과 운영비 저렴한 장점
“첨단기술 접목 산업 바꿀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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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바인터내셔날 제공>

◆‘혁신농업’으로 미래를 일구다

기바인터내셔날은 농업기계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나규동 대표(48)가 2004년 세운 회사다. 설립 당시 사명은 HNL이었으나 지난해 기바인터내셔날로 바꿨다. 석가모니의 주치의이자 고대 인도의 유명한 의사 이름에서 따왔다.

기바인터내셔날은 연구소 기업으로 출발했다. 나 대표가 자신의 전공인 ‘농업에너지’를 소재로 삼아 대학 연구실 후배들과 함께 창업했다. 사업 초기 중소기업청의 창업 지원금 1억원으로 온실용 고농도 열저장장치(농업용보일러)를 개발했다. 시범사업을 거쳐 농가에 보급하기 시작했고, 연 2억~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초기 설비 투자만 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온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많은 농민들에 인기를 얻었다. 고농도 열저장장치 판매로 올린 최대 연매출은 1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변경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농업 관련 난방 계통에 전기 열원 보조금이 끊기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이후 기바인터내셔날은 눈을 돌려 온실 제어기와 보이스 캐디(골프 거리측정기) 등을 개발하다가 친환경에 초점을 맞춰 방향을 선회했다. 신재생 에너지와 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이다.

기바 측이 도전한 대표 사업은 ‘식물공장’이었다.

식량난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날씨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농업 기술 개발에 나섰다. 식물공장은 빛,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 작물 재배에 필요한 조건을 자동화시스템으로 유지하며 외부 환경과 상관없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식물공장은 넓은 토지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도심에도 지을 수 있다. 미국의 한 식물공장은 도심 가까이에서 채소를 재배한다. 이들은 소비자와의 거리를 줄여 살충제와 유전자 변형이 없는 건강한 음식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일본에서는 아래층에 식물공장을 설치하고 그곳에서 수확한 채소로 샐러드를 만드는 레스토랑이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해외에서는 식물공장에 대한 연구·개발이 어느 정도 궤도권에 들었으나 우리나라는 태동기에 그쳤다.

기바인터내셔날은 2010년 식물공장 개발을 시작했고 2013년 제주 애월읍 소길리에 165㎡(50평) 규모의 보급형 식물공장을 세웠다. 기바인터내셔날 식물공장의 장점은 초기 설치 비용과 운영비가 저렴하고 광합성을 조절해 작물 재배효율을 최대 40배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바 측은 추후 개발한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 식물공장을 계속 진화시키고 있다.

또 태양에너지 및 잠축열재활용 변온 지중 가온 시스템과 연료형 펠렛 일관 제조시스템 개발 및 상용화, 히트펌프형 제습난방기 개발 및 상용화 등 다양한 농업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중소기업청·산업기술평가원 등에서 주관하는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에너지 및 농업 생산성 향상과 관련해 보유한 특허만 8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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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규동 대표는 “농업의 미래상은 경제성에만 집중돼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농업에 임하는 자세다. 농업 성공의 지름길은 ‘프로페셔널 파머’다. 돈을 벌기 위해 농사를 짓는 게 아니고, 농사에 자신의 철학이 담겨야 한다. 그래서 농업에는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업에 신기술 접목

나규동 대표는 경북대에서 농업기계공학을 전공했고 동대학원에서 농업에너지 분야를 전공해 상변화 물질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도 받았다. 이후 국내에서 권위자 반열에도 올랐다. 2008년에는 ‘신소재 축열물질을 이용한 신개념 난방기 개발’로 옛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국가 우수 100대 과제 선정 부총리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제21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 대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오직 한길만 걸어왔지만 처음부터 농업에 관심이 컸던 것은 아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한 뒤 농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1997년 졸업과 동시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일리노이주립대 농기계과에 입학하기 위해서였다. 근로장학생을 준비하며 어학 연수를 했다. 그러던 중 IMF 외환위기 사태가 터졌다. 환율이 800원에서 2천원으로 급상승하면서 한국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9개월 만에 돌아와서 박경규 전 경북대 교수의 권유로 대학원에 입학하게 됐다. 당시 대학원생은 2명밖에 없었다.

박 전 교수 밑에서 석·박사 과정을 보낸 것은 나 대표가 삶을 바꾸게 된 계기였다. 그가 소속된 박 전 교수 연구팀은 국내 축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대표적인 연구성과는 RPC(미곡종합처리장) 개념 국내 첫 보급, 수입에 의존하던 축산 건사료 국내 생산 기술 개발 등이다.

박 전 교수 연구팀은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훈장까지 받았다. 미국에서 유학을 준비하면서 농업에 대한 시야를 넓힌 나 대표는 석·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농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농산업계에 대한 가능성도 발견했다.

그는 “이때 기술이 산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기술이 특정 산업에 확산되면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 큰 그림을 보게 됐다. 학문적으로 큰 동기를 부여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후 나 대표는 2000~2005년 자동계량기와 곡물선별기 전문 제작업체인 아이디알시스템의 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하며 농산업계의 연구계획, 실험설계, 검증 등 연구 프로세스에 대한 체계화 작업을 했다. 회사 측에 농업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대신 농업 산업화에 대한 현장 학습을 하게 된 셈이었다. 아이디알시스템은 2008년 대구시 스타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지역 대표기업으로 성장했다.

나 대표는 창업한 이후로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농업을 살릴 수 있는 기술과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그의 대표적 연구개발 성과는 잿빛곰팡이균 감염 예방법과 히트펌프를 이용한 습도조절 난방시스템, 폐열 회수 환기장치 및 상품화, 멤브레인 필터 온실 및 축산농가 적용 기술, TMF(발효사료) 생산장치 개발 및 사업화, 구제역과 AI 등 전염병 감염 추적 및 확산 방지 앱 등이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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