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의 길Ⅱ- 독일을 가다 .3] 튀빙겐대학

  • 박종문
  • |
  • 입력 2019-06-04  |  수정 2019-07-09 07:27  |  발행일 2019-06-04 제8면
세계적 경쟁력 獨 ‘히든 챔피언’ 중소기업에 고급 연구인력 공급
[대학혁신의 길Ⅱ- 독일을 가다 .3] 튀빙겐대학
1477년 개교한 에버하르트 카를 튀빙겐대 자연대 전경. 튀빙겐대는 통합된 캠퍼스가 없고 튀빙겐 시가지에 흩어져 있다. 에버하르트 카를 튀빙겐대는 학생들의 국제교류와 국제지향적 연구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국제화를 추구하고 있다. 세계 많은 대학과 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연구대학으로 명성이 높다. (Friedhelm Albrecht/Universitat Tubingen /Berthold Steinhilber 제공)
[대학혁신의 길Ⅱ- 독일을 가다 .3] 튀빙겐대학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튀빙겐시는 약 9만명의 인구 가운데 대학생이 4만명으로 독일 5대 대학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에버하르트 카를 튀빙겐대학은 바로 이 교육도시에 자리하고 있다. 1477년에 설립된 독일에서 역사가 깊은 대학 중 하나로, 각종 대학 순위에서 꾸준히 독일 톱10 안에 이름을 올리는 명문이다. 신학이 유명하지만 인문학·철학 등 전통학문과 의학·자연과학도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다. 통합된 캠퍼스 없이 튀빙겐시 10여곳에 대학 건물이 흩어져 있다. 튀빙겐대는 1995년 독일에서 여성 최초로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크리스티아네 뉘슬라인폴하르트를 비롯해 귄터 블로벨(의학상), 베르크 삭크만(의학상), 칼 퍼디난트 브라운(물리학상), 에두아르드 부흐너(화학상), 아돌프 부테난트(노벨 화학상) 등 졸업생과 교수 가운데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 시인 횔덜린 등이 졸업했으며 종교개혁자 필리프 멜란히톤과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튀빙겐대 교수를 지냈다. 2018~2019학년도 기준 2만7천500여명이 재학 중으로 이 가운데 1만6천100여명이 여학생이다. 신입생은 5천300여명, 외국인 유학생은 3천900여명이다. 독일 내 11개 대학만 선정된 엘리트대학에 포함됐다.

◆혁신·학제간·국제화

[대학혁신의 길Ⅱ- 독일을 가다 .3] 튀빙겐대학
튀빙겐대 본관 전경.

튀빙겐대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이끈 요인을 간단히 설명하면 혁신(Innovativ)·학제간(學際間·Interdisziplinar)·국제(International)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대학의 모토인 ‘Attempto!(시도하다)’와 무관하지 않다. 독일대학 발전사를 보면 대학 설립 초기 신학·철학·법학·의학이 학과(학부)의 근간을 이루고 19세기 상업화하면서 자연학과(학부)가 생기기 시작한다. 튀빙겐대는 1863년 독일 대학 최초로 자연과학대학(학부)을 개설했다. 수학·물리학·화학 등 기초과학학부가 대학에서 태동하는데 튀빙겐대가 선두에 선 것이다. 1904년엔 여성도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1970년대 들어 대학 학부를 14개로 개편했으나, 2010년 프로테스탄트신학부·가톨릭신학부·법학부·의학부·인문학부·경제사회학부·수학자연과학부 등 7개 학부로 혁신적으로 통합·재편했다. 2011년 독일 최초로 이슬람신학센터를 개설했다.

◆뛰어난 융합 연구기능

튀빙겐대가 지역사회에서 맡은 중요한 역할은 독일을 대표하는 소위 히든기업에 필요한 고급 연구인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튀빙겐시 주변에는 독일 경제의 상징이라 할 ‘히든챔피언’, 즉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이 많다. 이들 기업은 규모 면에서 대기업과 비교가 되진 않지만 기술력 하나만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독일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가 대기업 중심의 수출구조라면 독일은 탄탄한 중소기업이 국가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유럽 최대 신경과학연구소 설립
뇌기능 주제 광범위한 융합 시도
분자 암치료 등 정부 지원도 받아

美실리콘밸리 대비 사이버밸리선
기계학습·로봇·컴퓨터 연구 활발
亞·아프리카·중동과도 학술 교류



튀빙겐대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대학 중 하나다. 국제적으로 매년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약 4천900명의 과학자가 현재 튀빙겐대에서 일하고 있으며, 4개의 막스플랑스연구소 등 주변에 있는 국립 및 민간 연구소와 협력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통합 신경과학(CIN)센터’는 튀빙겐대가 자랑하는 신경과학의 공통 플랫폼이자 현재 유럽에서 가장 큰 신경과학 분야 연구소 중 하나다. 2007년 독일정부의 대학지원정책인 ‘우수 클러스터(Class of Excellence)’로 설립됐다. ‘뇌는 어떻게 기능을 생성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뇌의 질병이 이러한 기능을 손상하는가’라는 두 가지 주제로 생물학, 의학, 물리학, 정보 기술 및 공학 분야는 물론 인문학 분야까지 다루는 광범위한 기관 및 개인 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튀빙겐대 3개 학부를 비롯해 CIN에는 현재 90명에 육박하는 과학자와 CIN이 직접 지원하는 21개의 연구그룹이 참여해 융합연구를 진행 중이다.

튀빙겐대는 또 지난해 독일정부가 지원하는 탁월대학연구집단에서 3개 첨단융합연구분야가 선정됐다. △머신 러닝 △최첨단 이미징 기술을 사용한 새로운 분자 암 치료법 △감염 치료에 미생물 활용 연구가 최대 14년(7+7)간 정부지원을 받게 됐다.

튀빙겐대는 또 바덴뷔르템베르크주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사이버밸리(Cyber Valley)사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대비되는 이 연구 네트워크는 2016년 말 설립됐다. 창립 멤버는 막스플랑크지능시스템연구소, 슈투트가르트대·튀빙겐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아마존, BMW그룹, IAV GmbH, Daimler AG, Robert Bosch GmbH 및 ZF Friedrichshafen AG 등 7개로 민간기관이 참여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집중하기 위해 과학 및 산업계의 국제 핵심 인사들을 모으고 있다. 사이버밸리는 기계 학습, 로봇 공학 및 컴퓨터 비전 분야의 새로운 연구를 진행한다. 튀빙겐대는 이 외에도 연구와 관련한 4개의 플랫폼 구축과 생물학센터(QBiC), 인문사회과학분야의 디지털화 촉진을 위한 e-사이언스 센터, 다학제 연구에 필요한 센터인 LISA+센터 등 뛰어난 연구인프라를 구축했다.

◆국제화

튀빙겐대의 국제화는 ‘학생들의 국제교류’와 ‘국제지향적 연구’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한다. 튀빙겐대는 동아시아에 3개의 지부를 두고 있다. 1993년 일본 교토 도시샤대에 일본연구센터, 2001년 중국 베이징대에 유럽연구센터, 2012년 고려대에 한국학연구센터를 각각 설립했다. 또 대학 내에는 가봉·브라질에서 만든 연구소와 일본 도시샤대 사무소가 있다.

튀빙겐대는 국제 다자간 네트워크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먼저 ‘마타리키대학 네트워크’를 통해 다트머스칼리지, 더럼대학, 퀸즈대학, 오타고대학,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 웁살라유니버시티 등 유럽·북미·호주·뉴질랜드의 7개 대학과 학술 및 연구교류를 하고 있다. 튀빙겐대는 또 유럽 연구중심대학의 혁신적인 네트워크인 길드의 창립 멤버다. 길드는 연구정책 강화를 위해 유럽의 주요 연구대학이 컨소시엄을 형성한 것이다. 유럽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대학을 비롯해 괴팅겐대, 킹스칼리지런던, 루벵대, 오슬로대학 등 18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 유럽시민대학(CIVIS-A European Civic University) 동맹에 7개의 다른 유럽 고등교육기관과 함께 참여해 국제 학생 교류, 유럽 시민사회 협력, 아프리카·중동과의 협력을 증진하고 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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