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자본을 만족시키는 스웨덴의 잘사는 비법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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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1   |  발행일 2019-09-21 제16면   |  수정 2019-09-21
함께 잘사는 나라 스웨덴
실업자 소득보장체계 등 세가지 핵심 정책
경제효율성과 사회적 통합‘두토끼’잡아
한국 노동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 조언
노동과 자본을 만족시키는 스웨덴의 잘사는 비법
아기와 함께 있는 스웨덴의 ‘라떼 파파’. 라떼파파는 커피를 손에 들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의미하는 말로 남녀 공동 육아 문화가 자리잡은 스웨덴에서 유래했다.
노동과 자본을 만족시키는 스웨덴의 잘사는 비법
조돈문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512쪽/ 2만5천원

기자생활을 하는 10년 동안 수입의 상당 부분을 ‘여행’에 썼다. ‘욜로족’이라서가 아니라, 직업이 ‘기자’이기 때문이다.

일년 중 가장 긴 여행은 7~8일 정도의 여름휴가인데, 그 기간에는 비용에 구애받지 말고 선진국 ‘어디든’ 가보자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전세계에서 엘리트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거나 균형발전이 잘 돼 있거나, 소수자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지향하거나, 복지가 기가 막히거나 뭐 그런 곳들 말이다. 그런 곳을 찾아가 ‘최선의 공동체’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했다. 경계를 넘어서니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 보였다.

물론, 어디에도 완벽한 파라다이스는 없고, 나라마다 어두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배우고 싶고 우리나라에 도입하고 싶은 것도 한가득이었다. 예를 들어, 핀란드와 미국에 갔을 때 적잖은 여성들이 트램이나 버스 운전자로 일하는 것을 보고 좀 놀랐다.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남자의 직업, 여자의 직업에 대한 선입견이 남아 있는데, 그곳에선 ‘특별한 케이스, 홍일점, 남성의 영역에 도전하는 여성’ 뭐 그런 수식어 없이 ‘당연하다는 듯’ 여성들이 트램이나 버스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우리 사회에 아직 남아있는 ‘성별’이란 보이지 않는 장벽을 어떻게 허물어 버릴 수 있을까 생각했다.

여러 차례 갔던 독일에선 그곳 정치인들의 ‘원칙’에 대한 결벽성,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관심많은 까칠한 국민들, 합리적인 생필품 가격 등을 인상적으로 봤다. 특히, 인간답고 공정한 삶은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많은 영감들을 그간의 여행을 통해 얻었다. 그 체험들은 기자의 기사에 어떤 식으로든 녹아들 것이다.

‘한국이 제일 살기 좋은 곳인데 무슨 짓이냐’며 반론을 제기하는 지인도 있다. 분명 이 나라에도 꽤 괜찮은 정책이나 시스템이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한국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이 나라 어느 계급, 어떤 포지션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너무 다르다. 영화 ‘설국열차’와 ‘기생충’이 탄생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 몇해 전 기자가 쓴 ‘지방분권 시리즈’의 제목이 ‘사는 곳이 계급인 나라’인 것이 과연 우연일까. 법무부 장관 임명 전후의 이 아노미적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발간된 ‘함께 잘사는 나라 스웨덴’(조돈문 지음·사회평론아카데미)이라는 책을 보자 이 책을 쓴 저자의 마음에 공감이 갔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다 최근 정년퇴임한 저자는 사회 양극화와 비정규직, 계급 관계와 노동계급 형성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다. 그런 저자가 스웨덴에서 뭔가 ‘번뜩이는 것’을 발견한 것 같다. 우리사회의 가장 곪은 과제인 노동과 자본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다. 저자는 마냥 잘 먹고 잘 사는 복지국가라는 이미지가 있는 스웨덴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그리고 ‘맥락적 벤치마킹’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책에는 ‘노동과 자본, 상생의 길을 찾다’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이 한 문장에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요약돼 있다.

경제, 복지, 사회 정책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나라의 롤모델이나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북유럽, 그중에서도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주목했다. 책은 사회적 평등지수, 성별 임금격차, 단체협약 적용률 등 사회적 통합 지수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로 각인된 스웨덴의 비결을 분석한다.

저자는 스웨덴이 ‘고용보호체계’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실업자 소득보장체계’라는 세가지 정책 요소를 통해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고 소개하며, 우리나라 노동조합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함께 잘사는 길’을 택한 스웨덴, 그 모델을 ‘국민이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위해 도입하고 싶은 저자의 깊은 바람이 느껴지는 책이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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