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세용 구미시장께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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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2   |  발행일 2019-10-02 제29면   |  수정 2020-09-08
[기고] 장세용 구미시장께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첫 단락)

윤동주의 ‘참회록(懺悔錄)’ 시 한 편 보내드립니다. 읽고 또 읽고, 다시금 가슴 깊이 새겨봅니다.

지난 9월20일, 왕산 허위 선생의 종손 허경성 선생과 종부 이창숙 여사의 2인 시위에 관련한 기사를 접하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왕산 허위 선생은 1905년 일제의 강제 을사늑약 때 의병을 일으키고 활동하다가 3년 후 체포되어 사형 당한 독립애국지사입니다. 우당 이회영 선생 가문, 석주 이상룡 선생 가문과 함께 선생의 가문은 14명의 독립 운동가를 배출한 독립운동 3대 명문가이지요.

어찌하여 구순이 넘은 왕산 선생의 종손과 구순을 바라보는 종부에게 삿대질하고 불손한 언사로 모욕을 주었습니까. 아니라고 변명해도 종부 이창숙 여사가 실신하여 응급실에 실려 간 사실과 유튜브 동영상이 이를 입증하지 않습니까.

남유진 전 시장 때 주민 공청회를 거쳐 결정한 산동면 물빛공원 내 ‘왕산 광장’과 ‘왕산루’ 명칭을 시장님은 취임 직후 바꿔버렸습니다. 산동면 주민협의회 350여 명의 서명과 이들의 왕산 선생 시설 철회의 요구에 의해서였다는 것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입니다.

“인물 기념사업은 태생지 중심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강동 이곳은 문중의 독립운동가 장진홍 선생이 태어난 곳이라 선생의 기념사업을 해야 한다”라고 시장께서 언급했다면서요. 억지춘향격 논리입니다.

한 많은 가족사를 안고 타계한 마지막 참-군인 장태완 장군을 기억하시겠지요. 인동장씨 본 세거지 ‘세월’ 태생입니다. 얽힌 관계로 생전에 만나 뵌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계셨더라면, 불같은 성정(性情)으로 미루어보아 이 일을 두고 칭찬하셨겠습니까.

지난달 18일 기념식장에서 상영한 ‘구미 산단 50년’, 박정희 대통령을 빼고 문재인·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소개한 이 홍보 영상물에 대해 작지 않은 논란이 있었지요.

‘구미’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금오산? 전자공단? 아마도 산업화의 주역인 위대한 정치가, ‘박정희 대통령’ 일 것입니다. 이렇게 제작된 영상물이 제작자의 실수다? 삼척동자도 압니다.

“화보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이 실렸으나 홍보 영상에는 빠지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라고 사과는 하셨습니다만, 오히려 화보에 박 대통령 사진을 게재한 것이 더 큰 실수였겠지요. 그래서 시민과 국민의 실소(失笑)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시장님은 취임 후 곧바로 구미시청의 박정희 대통령 관련 사업 부서를 없애려 했고, 2018년 12월에 문을 연 상모동 새마을운동 테마파크 내 ‘박정희 대통령 유물 전시관’ 도 그 명칭을 바꾸면서 일관되게 ‘박정희 지우기’ 에 혈안이 되어 왔습니다. 오죽했으면 진영 논리를 떠나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와 구미경실련이 지역사회 분열 원인을 장 시장님의 리더십 부족으로 꼬집고 직권남용을 질책하면서, 통합과 미래를 향해 함께 가자고 목청을 높이겠습니까.

정권에 충성하고 사람에 매달리는 정치, 미래가 없습니다. 진즉 박정희 대통령 공적 현창(顯彰)에 발 벗고 앞장서셨더라면, 재작년 박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 우표 발행을 혼자라도 주장해 보셨더라면, 경계 없이 왕산 선생의 업적을 더 우러러 받들고 배려하셨더라면, 어땠을까요. 그게 지고도 이기는 역발상(逆發想)의 사즉생(死則生) 아닐까요.

남해진 (박정희 대통령 현창사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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