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영장 전담 부장판사 지낸 이충상 경북대 로스쿨 교수

  • 박종문,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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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6 09:13  |  수정 2019-10-26 09:13  |  발행일 2019-10-26 제22면
“구속영장 발부기준 일부만 공개해도 사법부 불신·저항감 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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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영장발부기준 공개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최근 전 국민적 이슈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구속여부와 관련해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62)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조국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이의 부당성을 지적한 글이 언론에 보도되면서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낸 이 교수가 순수하게 법률적 차원에서 그 잘잘못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8편의 논문을 썼다고 한다. 전부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에만 실었다. 변호사 또는 상임조정위원을 하면서 작성한 논문들이다. 지난해에는 변호사 폐업을 했다. 변호사 그만두고 연구와 논문을 쓰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난 9월부터 경북대 로스쿨 강단에 섰다. 연구하고 강의하는 게 좋아 로스쿨 교수가 적성에 맞다고 말했다. 2011년 9월에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대법관 후보자 추천을 받은 바 있으며, 2013~2015년에는 사면심사위원을 지냈다. 조국 전 장관 사퇴 후 취재를 위해 전화를 하자 ‘항장불살(降將不殺)’이라며 할말이 없다고 했다. 이후 정경심 교수의 구속영장 신청 후에는 조국 동생처럼 구속영장이 기각될까봐 기각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장문의 글을 기자에게 보내왔다. 지난 24일 새벽에 정경심 교수가 구속되던 날 오후 이 교수 연구실을 찾았다. 인터뷰 도중에 사법개혁, 사법부 독립 등의 질문에는 너무 거대담론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법원의 조국 동생 영장기각은 큰 잘못
국민들 갈려 찬반집회 국가적 손실 커
‘구속기준 공개’ 제도개선 차원 인터뷰
영장판사 근무시절 내부기준 인수인계
판사들 첫 공개엔 심리적 저항감 있어
김명수 대법원장 공개 원하지 않을 것
정부 유리하게 결정하기 곤란하기 때문


▶이 혼란스러운 국면에서 이 교수가 명쾌한 법리적인 해석으로 국민들이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다시 강조해서 말하고 싶다. 나서고 싶지 않았다. 10월3일이 공휴일인데 당연히 영장 발부(조국 동생)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기각됐다. 아주 뜻밖이어서 가만 있을 수 없었다. 휴일인 데도 오전, 오후 다 수업이 잡혀있어서 수업전까지 급하게 A4 용지 두장 정도의 글을 쓰고 제가 아는 기자가 없어 지인에게 보내 상의했다. 그 친구가 기자를 아는 다른 친구에게 보내고 이 글이 사장될까봐 내 동의도 안받고 기자에게 전해주면서 보도가 됐다.”

▶며칠 뒤 두번째 글을 저에게 보내셨는데….

“어느 한 판사에 대해 비판을 할 것이 아니라 장래를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썼다. 두 번 글을 쓰고 나니까. 연구실로, 휴대폰으로 많은 기자들이 전화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법원이 큰 잘못(조국 동생 구속영장기각)을 안했으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조국 동생에 대한 영장기각은 보통 잘못이 아니라 큰 잘못이다. 제도개선 차원에서 인터뷰에 나서게 됐다.”

▶영장발부 기준 공개를 말하는 것인가.

“공개하면 이점이 훨씬 많다. 구속영장 발부 기준 공개여부를 토론하자고 하면 토론에 나서겠다. 그런데 구속영장 발부기준을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반대토론자로 나올 사람이 없을 것이다. 반대의 명분이 없으니 토론이 되지 않는다. 지금 김명수 대법원장과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구속영장발부기준 공개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를 위해서 비공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를 하면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결정하기가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구속영장 발부기준 같은 게 있기는 있나.

“‘구속영장 발부기준이 정해서 있다면서요’라고 기자들이 물어보니 서울중앙지법에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분명히 있다. 나도 인수했고 제 후임에게 인계했다. 항상 인수인계가 이뤄진다. 최근 조국 동생과 관련된 배임수재죄의 예를 기준으로 드는 것이 실감날 것이다. 조국 동생의 배임수재죄만으로도 당연히 발부될 것으로 예상했다. 배임수재죄에서 수수액수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내가 영장담당 부장판사를 할 때 5천만원을 영장발부 ‘일단 기준액’(절대 기준액이 아님)으로 하고, 업무처리의 공정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분야인지 아닌지에 따라 기준액수가 오르거나 내린다. 예를 들어 대학입시나 교사채용 등은 공정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분야라 수뢰액이 5천만원보다 낮아도 영장발부된다. 반면 사업가들이 납품편의 대가 등으로 주고받는 경우 구속기준이 5천만원보다 높다. 수사개시전 돈을 반환했으면 구속영장 발부 기준액을 높인다. 더욱 중요한 게 돈 받고 업무처리를 원래 해야 할대로 했느냐, 아니면 부정하게 처리했느냐다. 돈 받은 것이 업무처리에 영향을 미쳤으면 발부기준액을 낮추고,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발부기준액을 높힌다. 전과유무도 고려하고…. 범죄 유형별로 기준과 가감정도를 적어 놓은 것이 있다.”

▶이 구속영장 발부기준을 어떤 성격으로 이해해야 하나. 내부규율로 봐야하나.

“내부기준이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합당한 기준을 정해 놓은 것이다. 그 기준을 벗어나면 문제 소지가 많다. 조국 동생처럼 2억1천만원 받고 문제 유출하고, 부정채용까지 했는데 (구속영장)발부 안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가장 흔한 사건이라 할 폭력행위와 교통사고는 구속기준이 전치 몇주인지, 피해자 합의 여부 등 다 적어놨다.”

▶재판할 때 적용하는 양형기준은 어떻게 공개됐나.

“양형기준 공개 전에 당시 판사들이 양심껏 판결하면 되지 무슨 양형기준을 제정하느냐고 기분 나쁘게 생각했다. 판사를 믿지 못하냐, 판사가 양심껏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그것(양형기준)을 만들더라도 판결에 참고할 정도면 괜찮은데 공개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많았다. 그것을 공개하는 것은 판사를 감시와 비판과 견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공개적으로 반대는 못하지만 내심 싫어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양형기준과 공개를 외부에서 요구해서 된 것이 아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시작하고 양승태 대법원장 때 확대했다. 판사들이 심리적으로 저항하다가 공개 이후에는 오히려 공개한 것을 괜찮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 양형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국가발전에 기여한 사람 같이 특별한 경우 그 기준을 벗어날 수 있다. 다 이해가 되는 상황이 있다. 아무리 기준을 정해놓아도 ‘경계선 근처’가 있다. 그 부분은 판사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구속영장 발부기준과 관련해 미묘한 부분은 공개 안해도 된다. 중요부분만 공개해도 된다.”

▶양형기준도 공개했는데 구속영장 발부기준이 왜 공개되지 않고 있나? 더 쉬울 것 같은데….

“사실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구속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초기 수사단계에서 구속 되느냐 안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재판결과 실형이냐 아니냐가 천지차이인 것과 같은 이치로 보면 된다. 초기 수사단계 구속여부, 재판결과 실형여부가 중요한 것이다.”

▶구속영장 발부기준이 공개되면 제도개선이 될 수 있나.

“주요 부분만 공개해도 대략 예측가능해 진다. 그러면 검찰 좋고, 경찰도 좋고, 가해자도 좋고, 피해자도 좋다. 일반 국민도 좋다. 법관들이 가지고 있는 최초의 심리적 저항감, 즉 판사를 못믿어서 공개해야 하는가 하는 저항감이 사라지면 양형기준 공개와 마찬가지로 공개를 잘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조국 사건을 둘러싸고 국민들은 상당히 실망을 했다. 현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을 잘하고 있는 줄 알고 있었는데 조국 동생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사법부 불신이 높아졌다. 한쪽은 구속하라 하고 한쪽은 구속하면 안된다 하고, 구속했는데도 승복하지 않고 집회를 하고, 이런 상황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그렇다. 구속영장 발부기준이 공개됐으면 사전 시위는 물론 사후 시위도 없었거나 줄었을 것이다. 기준이 공개돼 있는데 이의를 달기 어렵지 않느냐. 그런데 지금은 국가적 손실이 크다. 국민들이 승복하지 않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무권구속, 유권불구속, 이렇게 생각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영장기각되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해야 된다는 주장은 잘못이다. 검찰이 스트라이크존에 볼을 넣었는데 심판(판사)이 볼이라고 판정하면 투수를 강판시켜야 하느냐. 그것은 아니지 않느냐.”

▶이번 사태를 보면 법관들이 엄청 부당하게 판결한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판사들은 정상적으로 판단한다. 뇌물을 받지 않는다. 법관은 청렴성이 있다. 이번 사건은 예외적인 경우다. 권력자가 관심을 가지는 사건은 아주 드물지만 그 한 건 잘못하면 국민들이 법원을 불신한다. 그래서 구속영장 발부기준을 공개해 제도적으로 예방장치를 하자는 것이다. 현 김명수 대법원장 때는 공개 안하더라도 다음 대법원장 때는 공개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다음 대법원장이 자진하여 구속영장 발부기준을 공개했으면 한다.”


■이충상 교수 경력= △1957년 전주 출생 △1976년 경기고 졸업 △1980년 서울대 졸업 △1982년 24회 사법시험 합격 △1984년 12월 사법연수원 14기 수료 후 3년간 법무관 △1988~1995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광주지법 등 판사 △1995~1996 일본 도쿄대학 법학부 객원연구원 △1996~1998 서울고등법원 판사(5·18사건 등 담당) △1998~2001 대법원 재판연구관 △2001~2004 성남지원 부장판사 △2004~2006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2006~2016년 법무법인 바른 구성원 변호사 △2016~2017 법무법인 대호 대표변호사 △2017~2019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 상임조정위원 △2019년 9월~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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