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구청장·군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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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9   |  발행일 2020-01-09 제31면   |  수정 2020-01-09

[영남타워] 구청장·군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임성수 주말섹션부장

류규하 중구청장, 배광식 북구청장, 김문오 달성군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난 1년간 대구시 신청사 유치에 올인했던 이들 기초단체장들은 신청사가 옛 달서구 두류정수장 터로 결정된 이후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 발표 전까지 시민 상당수는 북구의 옛 경북도청 터와 중구 현 시청사가 유력하다고 봤다. 대구시 공무원들조차도 이 두 지역의 2파전으로 전망할 정도였다.

그렇다. 누가 봐도 옛 두류정수장 터 보단 현재 대구시청 별관으로 사용중인 옛 경북도청 터나 도심에 위치한 현 시청사가 신청사 부지로 적격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결과는 달서구였다. 그것도 서구와 바로 인접한 두류네거리 근처.

월드컵경기장이 수성구 고산2동에 있는 상황에서 새 야구장까지 월드컵경기장 바로 앞에 들어섰다. 고산2동은 시지지역으로 지하철 노선이 없는 서구, 북구, 달서구 주민들이 시내버스로 가기엔 1시간은 족히 걸린다. 달성군에서는 지방 도시를 가듯 하루 일정을 다 비워야 할 정도다. 자가용을 이용하더라도 주차난과 교통정체가 심각하다. 지난해 DGB대구은행파크가 새롭게 문을 열기 전까지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관람은 수성구 주민들을 위한 배려로만 비쳐졌다.

2011년 새 야구장 건립 민간자문위원회는 새 야구장 후보지였던 두류공원에 대해 교통혼잡 등 민원 발생 우려가 있는 반면, 현 부지는 접근성까지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교통은 퇴근시간 시지 방면이나 두류네거리 방면 모두 혼잡하다. 접근성 평가는 애매모호하다. 달서구는 물론 서구, 북구, 달성군, 심지어 중구에서도 두류공원이 더 가깝다.

야구장 하나 들어선다고 해서 그 지역에 큰 변화가 바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대구의 서쪽(서구·달서구) 주민들에겐 큰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혁신도시 부지로 서구와 인접한 북구가 아닌 동구로 결정된 데 이어 새 야구장마저 월드컵경기장이 있는 수성구로 결정되자, 대구 서쪽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심각했다. 특히 과거 대구의 중심지라 자부했던 서구 주민들의 입에서는 "대구시가 서구를 버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당시 서구가 지역구였던 한 대구시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데도 대구의 균형발전을 위해 달서구 두류공원에 새 야구장이 들어서야 한다며 유치추진본부까지 결성했다. 중구가 지역구였던 전직 대구시의회 의장은 공개 석상에서 "대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혁신도시를 대구 시내 각 구·군별로 분산 배치했어야 했다"며 "서구 원대동 등을 가 보라. 대한민국의 국토 불균형 못지않게 대구의 지역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대구시 신청사가 달서구로 결정된 것을 지켜보면서 대구 서쪽 주민들의 한풀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신청사가 8개 구·군별 시민이 참여했던 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과거 새 야구장 건립 때처럼 민간자문위원회에서 결정됐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신청사 부지로 옛 두류정수장 부지가 결정되자, 대구시청 안팎에서는 적잖은 당혹감마저 감지됐다. 옛 경북도청 이전 터에 대한 개발계획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것이 방증이다. 2016년 경북도청이 안동·예천 신도시로 이전한 지 4년이 다 돼 간다.

류규하 중구청장, 배광식 북구청장, 김문오 달성군수의 깨끗한 승복이 대구지역 내 균형발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임성수 주말섹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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