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가장 질긴 전염병은 정치 권력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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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0   |  발행일 2020-02-10 제30면   |  수정 2020-02-10
신종코로나가 창궐하는데
총선놀음과 권력다툼 몰두
선량한 국민들이 피해 입어
역사가 기록한다는 것 명심
국민존중 최우선으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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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시끄럽지 않을 때가 있었으랴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여 날마다 공포바이러스로 시끄럽다.

한참 전에 콜레라 발생지역인 인도의 오지마을에 봉사하러 간 적이 있다. 오염된 물 때문에 콜레라가 발생했고 많은 사람이 급성 설사와 탈수로 죽었다. 한국의 구호단체가 신형펌프를 곳곳에 설치해주어 그 일대가 콜레라와 수인성 질환의 안전지대가 되었다.

중국의 늦은 대처로 세계가 공포에 떨게 되었고 초동 대처와 원인 규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교훈 삼는 계기가 되었다. 무장공비 한 명이 설악산으로 잠입했다고 가정해 보면 평소의 재난대비가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장공비를 제압하기 위해 1개 연대 병력이 동원돼야 할지 모른다.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희생과 고통이 따를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는 2015년의 메르스사태 교훈도 잊은 채 딴청을 부렸다. 국회는 검역 강화의 기본이 되는, 1954년에 제정된 검역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채 총선놀음과 권력다툼과 편 가르기에 몰두했다.

전국의 검역소 필요인원은 739명인데 286명이나 부족하고 인천공항 필요검역인원은 316명인데 165명밖에 없다. 지난 3년간 검역인력 예산은 계속 삭감됐다. 이번 사태로 정부는 급히 국방부 인력 106명을 검역소에 추가 배치했다. 만약 집단 생활하는 군대에 전염된다면 국방부 인력을 배치한 게 더 큰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는 국회는 지역구 예산과 총선 생색내기에 정신 팔려 국민안전을 외면했다. 감염병에 대한 국민의 신고의무와 감염되었을 때 보상받을 권리를 강화해야함에도 국회는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국민을 무시했다.

전염병 창궐을 제압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OECD국가 중 최하위이고 확진환자를 격리 치료할 수 있는 국가지정 전문격리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은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고 정부는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으며 의무를 수행할 도구는 검역을 비롯하여 치안, 국방, 소방, 공공의료, 연금, 복지 등이다. 도구를 제대로 가동하게 하는 것은 행정이고 행정을 도모하는 것은 정치다.

신종바이러스보다 더 질긴 전염병은 정치 권력이라는 게 다수 국민의 판단이다. 정치불신과 권력 횡포 전염병의 피해자는 선량한 국민이다. 가해자는 역사에 더러운 이름으로 기록된다는 걸 그들은 잘 모른다. 왜냐면 사리사욕에 취해 역사와 국민이 얼마나 매서운지 분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팔아먹은 벼슬아치와 친일파들의 이름을 떠올려보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며 국민을 괴롭힌 정치권력의 모리배들을 기억해보라. 최고권력이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역대 대통령들의 참담한 말기증상을 생각해보라.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하다 들통 난 자들에게 간신배라는 별호가 붙은 걸 잊지 말라.

신종 전염병은 시일이 걸리더라도 방역요원과 우수한 의료진과 현장에서 헌신하는 공직자들의 분투로 해결되겠지만 '정치권력전염병'은 결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국민의 피를 빨고 등골을 파먹은 전염병이 질기고 독살맞아 죄 없는 백성이 살맛을 잃었다. 정의와 공정한 세상을 원하는 국민의 촛불 행진으로 정권이 순탄하게 바뀌었지만 진정 촛불혁명으로 평가 받으려면 적어도 정치불신, 권력 횡포를 막아내고 국민존중과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국민과 역사가 검역해서 숨겨진 병명을 반드시 찾아내어 낱낱이 기록한다는 걸 명심하라.

김홍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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