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전염병, 공포 그리고 경제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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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4   |  발행일 2020-02-14 제22면   |  수정 2020-02-14
코로나로 시노포비아 확산
가뜩이나 부정적 中이미지
전염병공포 국가로 오버랩
글로벌화에 전염병 위력은
커지고 경제는 더 취약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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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중국 정부는 지금 코로나19 퇴치와 경제 사이에서 진퇴양난이다. 2월10일 현재 중국 전역에서 확대일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춘제 연휴 연장시한이 끝난 지금, 기업들은 대거 조업 재개에 나서는 데다 일상 복귀를 위한 대규모 인력 이동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료, 원자재, 부품 공급체계의 일시 붕괴로 인한 국제 분업체계의 혼돈으로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전면적인 조업 재개를 하고 이에 따른 인력이동은 코로나19 감염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중국 정부가 도시 전면 봉쇄 조치를 우한시뿐 아니라 후베이성 다른 도시 및 인근 저장성 항저우까지 확대하고, 영국과 프랑스는 자국민 전원 중국 철수, 미국은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실시하는 등 국가 간 감정을 건드릴 정도의 강력한 조치는 코로나19의 전염속도와 감염력에 대한 세계의 공포를 말해주고 있다.

중세 유럽을 휩쓴 페스트로 1338년 11만 명이 넘던 피렌체 인구는 10년 만에 5만여 명까지 줄고 10만 명이 넘던 파리 인구도 절반이 죽어 나갔다. 페스트에 대한 공포로 전 유럽이 극도의 혼란에 빠져 병의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교회는 권위를 잃고 수많은 무고한 유대인들이 학살당하는 사태에 이른다. 무엇보다 페스트는 계층별 인구구성을 변화시켜 사회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사망자의 대부분이 전염병에 취약한 하층계급이었기 때문에 노동력이 심각하게 감소되어 중세 농노제의 해체와 도시의 발전으로까지 이어진다. 그 공포는 나중에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라는 소설로 표현되기도 했다.

의학과 방역체계가 중세와 비교할 수 없는 현대에 와서도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사회와 경제 분야에서 전과 다름없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서방국가에서 가뜩이나 부정적인 중국의 이미지가 이번 코로나19로 이젠 아예 시노포비아(sinophobia, 중국공포증)란 이름으로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세계 패권을 향한 중국의 굴기가 서방세계에 두려움을 주는 근본적인 배경이 있으나 코로나19는 '우한 폐렴'으로 불리며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중국 공포증으로 동일시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몇 년간 발생한 전염병들의 주가에 대한 영향을 살펴보면, 사스는 38일간 12.8%, 메르스는 43일간 7.3%, 에볼라는 23일간 5.8%가 하락했다. 대체로 전염병 위기 경보 단계에서 크게 하락하다 첫 사망자가 나오면 주가가 바닥을 치고 이후 주가 부진이 2~3개월 이어지다 평균적으로 6개월 뒤엔 회복하거나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해서 모건스탠리를 포함한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은 사스는 단기였지만 이번에는 확산 정도, 범위에 따라 경제 타격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가 "전염병이 핵폭탄이나 기후 변화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발언이 요즘 새삼스럽게 재조명되고 있다. 세계가 더욱 글로벌화되어 사람 간 접촉의 폭과 빈도가 높아질수록 전염병의 위력은 배가 되고 글로벌화의 기반 위에 형성된 세계 경제시스템은 전염병에 더욱 취약해진다. 또한 전염병의 무서움은 세균과 바이러스의 감염과 함께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공포증이다.

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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