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 '도망친 여자'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감독상 수상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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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01   |  발행일 2020-03-02 제12면   |  수정 202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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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이 지난 29일 제70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한 뒤 기뻐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홍상수 감독의 24번째 장편 '도망친 여자'가 지난 29일 오후 7시(현지시간)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영화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2004) 이후 역대 두 번째다. 홍상수 감독은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에 이어 '도망친 여자'(2020)까지 총 네 번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분에 초청되었으며,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배우 김민희는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측은 은곰상 감독상을 시상하며 "'도망친 여자'는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주인공 감희는 서울 변두리에서 친구 셋을 만난다. 홍상수 감독은 이러한 만남들을 미니멀리즘적으로 묘사했다"며 "많은 부분이 드러나지 않지만, 무한한 수의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라는 심사평을 전했다. 무대에 오른 홍상수 감독은 "함께해준 모든 스태프와 영화제 관계자들에 감사를 전하며, 배우들에게 박수를 돌리고 싶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홍상수 감독의 은곰상 감독상 수상으로 한국영화는 세계 3대 국제영화제(칸·베를린·베네치아)에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2012년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한국영화가 베를린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지는 못했다. 올해 황금곰상의 영예는 이란 출신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데어 이즈 노 이블'(There Is No Evil)에게 돌아갔다.

'도망친 여자'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소식지 스크린데일리가 집계한 평점도 4점 만점에 2.7점을 기록, 상위권 점수를 받으며 주목받았다. 또한, 외신들의 평가 점수를 반영하는 로튼토마토에는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했다. 스크린데일리는 "여성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텔링이 만들어 낸 섬세함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매력적"이라고 전했으며, 인디와이어는 "홍상수 감독은 절제된 톤으로 많은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수상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나는 큰 그림을 그리거나 큰 의도를 갖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며 "작은 세계에서 조그맣게 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되도록 큰 의도를 갖고 만드는 유혹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한다. 강한 것이 아닌, 섬세하고 세부적인 것에 대한 집중"이라고 말했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감희를 따라간다. 홍상수 감독이 배우 김민희와 7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며, 김민희 외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등이 출연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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