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공천 후유증을 털어내고 정부여당을 겨냥해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이려고 힘쓰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서울 주요 격전지 판세 여론조사에서 통합당 간판급 주자들이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 이런 상황을 뒤받침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통합당 후보들의 고전이 계속되면 대구경북(TK) 선거전에 '언더도그 효과(Underdog effect·선거에서 질 것 같은 사람이나 팀을 동정하는 현상)'가 나타나 통합당 후보들에게 호재가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당이 원내1당이 될 것을 자신하느냐'는 질문에 "2016년을 돌이켜 생각하면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1당이 되리라 누가 생각했느냐"면서 자신감을 보인 뒤 "코로나19 사태 하나만 갖고는 (총선을) 생각할 수는 없다. 우리 국민이 정부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기 때문에 그것이 선거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여당이 내세우는 '위기 극복론'이 힘을 얻고 문재인정부의 경제실정이 묻히는 양상이지만,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가면 야당이 내세우는 정권심판론에 공감대가 확산되고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수도권 판세 여론조사 결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여전히 '희망사항'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중앙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서울 일부 지역구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24~28일 실시)에 따르면, 통합당 후보들은 대부분 민주당 후보들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의 경우 민주당 이낙연 후보(55.1%)가 한국당 황교안 후보(34.5%)를 20.6%포인트 앞서 양측 간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광진구을에선 민주당 고민정 후보(47.1%)가 통합당 오세훈 후보(38.4%)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동작구을에선 민주당 이수진 후보(46.5%)가 통합당 나경원 후보(36.9%)를 9.6%포인트 앞서 앞선 조사 때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수도권 선거판세가 통합당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통합당 위기론이 강해지면 대구경북에 '언더독 효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 정치권의 한 분석가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역풍으로 한나라당 후보들이 TK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열린우리당 후보들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오자 뒤늦게 TK 표심에선 '우리라도 한나라당 후보들을 챙겨줘야 하지 않겠나'라는 언더도그 효과가 나타난 적이 있다"면서 "그 결과 TK 27개 선거구 중에서 무소속 신국환 후보(문경-예천)를 제외하고 26개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싹쓸이'를 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에 열린우리당 이강철(동구갑)·이재용(중구-남구) 후보 등은 선거기간 동안에 당락이 뒤집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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