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용래<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부이사장>....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염려(worry)와 편견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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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2   |  발행일 2020-06-23 제25면   |  수정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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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래 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부이사장

‘worry’는 13세기 고대영어로 다른 동물의 목을 물고 흔들어 죽이는 행동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을 괴롭힌다는 의미로 바뀌었고, 지금은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는 근심·걱정이라는 뜻으로 번역·이해되고 있다. 한 때 이런 ‘worry’가 불러오는 비이성적인 사회적 논란에 파묻힌 적이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때다. 광우병 논란을 촉발시킨 각종 속설들이 우리의 염려와 달리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많다는 게 알려지면서 소요는 점차 사그라들었다.

 


최근 이같은 형태의 논란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에서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논란의 진행 과정을 보면 과학에 기초한 검증과 정책에 대한 합리적 비판보다는 허위 정보에 의한 선동이나, 안전성에 대한 염려·근심을 과장한 주장이 난무할 뿐 현실에 부합하는 정책 논의나 사실에 기초한 토론이 불충분하다. 


사용후핵연료는 수명을 다한 원전의 연료다. 수명을 다하면 폐연료로 분류해 안전하게 처분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열과 방사능이 있어 고도의 과학적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원전을 운영 중인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원전 운영 과정에서 발생되는 사용후핵연료를 현재는 원전부지 내에서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성원전엔 냉각된 사용후핵연료를 건식저장하는 시설이 20여년 간 운영돼 오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10여 년 간 누적된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최대 방사선량은 약 0.2mSv로, 이는 X선 촬영 1회로 노출되는 방사선량(0.1mSv)과 비교해도 매우 미미한 정도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월성원전의 건식저장시설(콘크리트 캐니스터 및 맥스터)의 울타리 외부 방사선량률은 0.0025mSv/hr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


혹자는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이 주민 안전을 위협하므로 월성 2~4호기를 가동중지시키는 사태가 오더라도 추가로 건설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월성원전 발전규모가 국내 총 발전규모의 1.7%에 지나지 않아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월성원전 3기가 생산하는 연간 1조원 가치의 발전 효과는 차치하고라도 우선 월성원전은 지역자원시설세 등 뿐 아니라 고용 창출·관련 용역·물품 구매 등으로 매년 400억원 이상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발전시설 규모를 한 번 살펴보자. 2018년 국내 총 발전설비 용량(119GW) 중 월성 2·3·4 호기의 시설용량이 2.1GW로 단순비율로는 약 1.7%다. 그러나 국내 발전설비 용량 중 원자력발전은 18.3%, 화력 58.7%, 수력 5.4%, 대체에너지 9.8%, 집단발전 7.7%인 점을 생각하면 1.7%는 가볍게 볼 비중이 아니다.


최근 전남 해남에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이 약 98MW 규모로 3천444억원이 투자돼 설치됐다. 이는 월성 1호기 2015년 연간 발전량의 4%에 해당되는 용량으로, 월성 1호기 하나가 생산하는 발전량만큼 발전하기 위해선 동일 규모의 태양광발전 시설 25개소가 필요하고, 비용은 8조6천억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충분히 안전한 관리가 가능한 사용후핵연료의 건식저장에 대한 과장된 우려(worry)와 월성 2~4호기의 폄하된 경제성을 이유로 월성원전의 건식저장시설 추가건설을 막아 결과적으로 월성원전을 가동 중지해야 한다면 과연 어느 누구에게 도움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두려움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은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강한 의지력과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노력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러한 길로 나아가고 있는 지 다시 한번 짚어 봐야 할 때다. 


이용래<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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