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재난지원금 사용

  • 심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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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3   |  발행일 2020-05-23 제23면   |  수정 2020-05-23

전 국민에게 지급되고 있는 긴급재난지원금이 본격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지원금을 어디에 사용하는 것이 적합한지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면서 최근 포항시가 짜낸 '기부 묘안'이 주목받고 있다. 포항시 5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은 지원금 중에서 1인당 30만원씩 내어 공동으로 전통시장에서 생필품을 구매하고 이를 지역 사회복지시설에 나눠주기로 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생계가 막연해진 계층을 위해 지원금을 사용하는 슬기로운 소비행위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골목상권이 붕괴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영세상인들이다. 우리 경제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그들은 지금 넉 달째 이어지는 소비위축으로 이미 가게 문을 닫았거나 줄 폐업 위기에 놓여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원금이 시중에 풀리기 시작하면서 골목 상권에 생기가 돌고 있다. 전통시장과 동네음식점, 빵집, 마트, 편의점, 카페에서는 지난주부터 고객이 조금씩 늘어나자 '가뭄의 단비'처럼 반긴다고 한다. 일부 가게와 주유소에서 갑자기 상품이나 기름값을 올리거나 세일을 중단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나오고 있지만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재난지원금이 지급 취지와는 먼 다국적 기업 상품을 구입하는 데도 허용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미국 애플의 전자제품 판매를 대행하는 서울 매장에서는 인기 제품이 품절 사태를 빚을 정도이며,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의 국내 점포와 샤넬 등 해외 명품매장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지원금 사용이 가능해 손님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이로 인해 재난지원금이 남의 잔치에 쓰이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 위기가 언제 또다시 닥쳐올지 모른다고 한다. 골목상권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재난지원금이 지역 상권 살리기, 자영업자 돕기 등의 취지와 맞게 쓰여 그들이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소비자들의 몫이다. 심충택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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