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권언유착과 전제정치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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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9   |  발행일 2020-07-29 제26면   |  수정 2020-07-29
영향력이 큰 '국민의 방송'

사건관련 녹취록 보도 후

'오보'라며 정정 사과방송

'권언유착' 사내 저항받아

편향적 해석 보도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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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전제정치란 지배자가 국가의 모든 권력을 장악한 정치체제다. 그 근현대적 형태인 전체주의는 '개인은 전체 속에서 존재가치를 갖는다'는 논리로 국가권력이 국민생활을 간섭·통제한다.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공산주의 등이 그 역사적 사례다.

1954년 프리드리히와 브르제진스키의 공저 '전체주의적 독재와 전제정치'는 그 성격을 현대 산업사회의 특징들과 결부시켜 '완벽한 최종사회 제시와 기존사회 배척' '국가관료제에 입각한 계서적((階序的) 대중정당' '각계를 통제하는 비밀경찰' '여론조작을 위한 매스미디어의 독점' '경제의 중앙집권적 통제'로 규정했다.

독일 나치스당(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 당수이자 수상 히틀러는 '슬로건'으로 당시의 '세계적 대공황을 극복하고 독일을 가장 강한 나라로 만들겠다'며 집권했다. 그리고 권력 유지를 위해 그의 선전(공보)장관 괴벨스와 함께 '적에 맞서려면 대중들의 증오를 활용해야 한다'면서 유대인을 학살했다.

괴벨스는 '99가지의 거짓을 1개의 진실과 배합했을 때 100%의 거짓보다 큰 효과를 낸다'고 했다. 당시 최신 미디어였던 라디오를 전 국민에게 공급하고, 뒤이어 나온 TV를 통해 이를 강력히 실행했다. 최종 결과를 압축하면 '세계대전'이란 참상으로 귀착됐다. 당시 독일 사회상을 연구한 커뮤니케이션학자 노엘레 노이만은 1974년 '침묵의 나선이론' 발표를 통해 '다수가, 즉 국민매체(당시의 대중매체)가 진실과 다른 얘기를 계속하면 대중은 점점 더 침묵으로 빠져든다'고 했다.

법상 국민의 방송이자 매체 영향력 최대인 KBS가 최근 친정권 인사의 비리의혹을 추적하다 구속된 채널A 전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한 증거가 나왔다고 지난 18일 보도했다가 관련 녹취록 진본이 나오자 바로 다음날 '오보'라며 정정 사과했다. 그러나 '오보'가 아니라 본질은 권력이 배후에 작동한 '권언유착'이라는 사내외 저항에 휩싸였다.

친정권 서울중앙지검장과 정권 측 인사들이 관련 녹취록의 조작 또는 편향 해석 등으로 개입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공영방송인 MBC가 KBS의 사과방송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날 또다시 녹취록을 편향 해석으로 보도했다. 시점상 곧 있을 24일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한 검사장 기소 의견이 나오도록 압력을 미치려 했기 때문이란 지적들이 나왔다. 사실 4·15 총선을 목전에 두고 MBC가 먼저 이 사건을 명확한 근거도 없이 '검언(檢言)유착'이란 성격으로 집중보도했다. 당시 '검찰개혁'이란 여권의 총선 슬로건을 뒷받침하려는 것이란 모니터 지적들이 나왔다.

현 정권은 그간 대북 평화번영론, 여성인권 등 국가적 목표와 사회적 가치들을 공영방송과 다수의 친정권 매체 등으로 주창하고 국가주의로 접근했다. 시장경제는 죄악시하기까지 하고 있다. 결과는 위선의 연속이고 민생추락이다.

결국 적폐청산은 '적'의 대상을 한 쪽 국민으로 삼은 것이고. '검찰개혁'은 슬로건 유지용 카드 아닌가. 사법부와 의회 등 국가 권력 모두를 장악한 현 정권은 끝내 1개의 진실로 99개의 거짓을 가리려는가.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27일 대국민 호소문에서 '정권의 실정을 확실한 목소리로 거부하고 나서 달라'고 했다. 선전이나 강압에 의한 침묵의 국가적 결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안보, 외교,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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