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규 조형사진가 "올짜기 기법은 '시간조형'의 다른이름"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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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6   |  발행일 2020-08-06 제19면   |  수정 202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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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규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나아트센터 제공>

▶12년 만에 고향에서의 개인전이다. 감회는.

"반갑지만 코로나 사태로 대구에 갈 수 없어 아쉽다. 지금 대구미술관 5전시실에서 열리는 12지신상으로 보면 한 바퀴 돈 셈이다. 그때도 쥐띠해였다."

▶조형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1974년부터다. 그해 3월 한국현대미술 운동의 시작이었던 '대구실험미술제'에 참가했고, 같은 해 계명대에서 '제1회 현대미술제'를 열었다. 당시는 설치작업을 출품했는데, 처음 사진 이미지와 결합을 시켰다. 이후 이우환 선생 덕분에 투명유리를 잔디밭이나 아스팔트 위에 놓는 등 설치작업에 사진 이미지를 접목했다. '놓임'을 주제로 현장의 표정을 담은 사진이미지를 1977년 파리비엔날레 사진섹션에 출품했다."

▶1978년 프랑스로 유학가 줄곧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작업이 궁금하다.

"한국에서 '놓임' 설치시리즈는 중단하고 80년대 파리1대학에서 현대기하학 추상을 공부했다. 80년대말부터 기하학적 조형성과 사진의 결합을 시도했다. 조형사진의 출발인 셈이다. 90년 생트 빅투와르산 3부작이 최초의 '회전 조형사진'이다. 이후 올짜기 기법으로 전개됐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장소 및 시간은 조형사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사진은 현장 설치작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장 장면은 곧 한 장의 사진에 찰나의 빛이 담기는 셈인데, 사진이미지는 사실을 그대로 나타내지는 못한다. 작가는 이 같은 상황을 해체하는 과정이다. 조형사진은 자르거나 올짜기 기법으로 사진 표면을 재구축해 지각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통해 지각 순간의 동질성을 빛의 지각성으로 일치시키는 계기를 열고자 한다. 올짜기는 '시간 조형'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빛의 숨쉬기'란 주제를 택한 이유는.

"재작년 2월 평창 가나아트센터의 전시 제목이 '일어서는 빛'이었다. 빛을 주제로 한 조형사진이라서 '빛의 숨쉬기'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해 '숨쉬기'의 중요성을 느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빛의 숨쉬기'와 연관될 수도 있다는 해석을 했다. 이는 빛이 망막에 자극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착시효과를 '숨쉬기'로 대체한 경우다. '올짜기의 요철(凹凸)'지각은 일반 회화에서도 적용된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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