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승자독식의 변주와 그늘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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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6   |  발행일 2020-08-06 제26면   |  수정 2020-08-06
'41% 대통령' 인사·정책 독식
제왕적 권한 삼권분립 위협
국회에선 176석의 폭주 계속
야당 패싱, 常數이자 뉴 노멀
'변증법적 발전' 귀결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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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41%를 국민 대다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 41%에 빗댄 최재형 감사원장의 발언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혹여 최 원장 심중에 숨겨진 키워드가 '41%의 독식'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은 집권 정권에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승자독식이 가능한 구조다. 헌법 78조와 104조의 공무원 임면권은 대통령 권한의 백미다.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재소장 및 헌재 재판관, 국무총리와 장·차관, 검찰총장, 국가정보원장, KBS 사장, 300여 개 공공기관장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다. 사정권력과 여론의 원격 조종이 가능하다. 사면권, 법률안 거부권, 행정입법권도 법에 명시된 대통령 권한이다.

승자독식하면 공식처럼 따라붙는 게 미국 대통령 선거다. 알다시피 미 대선은 간접선거다. 국민이 선거인단을 뽑으면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한다. 주(州)별로 치러지는 국민의 선거인단 투표에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한 후보에게 나머지 표를 몰아준다. 승자독식 제도의 치명적 함정은 민의를 왜곡한다는 거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국민 득표율이 높았지만 트럼프에 졌고, 2000년엔 앨 고어 후보가 54만 표를 더 얻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조지 W 부시에게 패배했다.

직접선거인 우리나라 대선은 선거 자체론 민의를 왜곡하진 않는다. 선거 후가 문제다. 득표율과 관계없이 제왕적 대통령이 탄생하는 까닭이다. 제왕적 권한은 흔히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들기도 한다. 문재인정부에서도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의 구성이 진보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나. 인사 독식뿐 아니다. 정책 독식도 거침이 없다. 탈원전, 노조친화 경제정책은 민심과 괴리가 큰 데도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우식 카이스트 이사장이 정곡을 찔렀다. "정부의 고집스러운 탈원전 정책은 문제가 크다. 카이스트 대학원 핵공학과에 한 명도 안 온다. 에너지는 경제뿐 아니라 안보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김 이사장의 지적대로 탈원전보단 '단계적 에너지 전환'이 합리적이다.

국회에서 여당의 독식 행보는 더 가열하다. 야당 패싱은 이제 뉴노멀이자 상수(常數)다. 필자는 '직이불사(直而不肆) 광이불요(光而不燿)'(영남일보 6월4일자)란 칼럼을 통해 거여(巨與)의 독주를 경계했다. '4·15 총선 후의 한국 정치지형은 양당체제가 아닌 1.5당 체제다. 야당이 지리멸렬한 일본이 딱 그렇다. 1.5당 체제에선 여당의 전횡 욕구가 커진다. 벌써 심상치 않다. "18개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한명숙 사건도 엎어버릴 기세다. 상임위원장 독식은 현실이 됐고, 국회 본회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장으로 전락했다. 사실상 1당 체제다. '41% 대통령'과 176석의 정당이 국정을 종횡으로 주무르는 형국이다. 권력의 변주(變奏)다.

승자독식, 왠지 어감이 비정하다. 아날로그적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공생, 상생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약육강식의 정글자본주의와 진배없다. 골목상권을 침탈하는 공룡유통업체나 하도급업체 기술을 탈취하는 대기업의 데칼코마니다. 41%의 독선과 176석 폭주는 어떻게 귀결될까. 공멸일까 자멸일까 아니면 해피엔딩일까. 헤겔의 변증법은 정립-반정립-종합으로 수렴된다. 한데 승자독식 정국은 정(定)→반(反)→합(合)의 '변증법적 발전'으로 연착륙하기가 쉽지 않을 듯싶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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