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이 옳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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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4   |  발행일 2020-09-04 제22면   |  수정 2020-09-04
2차 재난지원금 둘러싼 논쟁
취약층 선별지급 주장에 이의
코로나 벗어난 사람 없는데다
공정한 대상기준 마련 어렵고
수혜자에 낙인효과 우려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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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취약계층에게 맞춤형 방식으로 지원해 정책효과를 극대화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재정기여도가 낮은 사람만 지원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상위소득자를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하며 보편지급을 주장한다.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대선주자 지지율 1위와 2위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조성되자, 혹자는 벌써 두 사람 사이에 대권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고 논평한다.

얼핏 생각하면, 선별지급으로 정책 '가성비'를 높이자는 주장도 맞는 것 같고, 보편지급으로 부당한 차별과 국민 간 갈등을 방지하자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정책을 수립하는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방향을 정해야 할 텐데,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보편지급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 한국에서 코로나19 재난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모든 국민은 재난지원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 더욱이 헌법이 규정한 납세의무에 따라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낸다. 특히 중산층과 고소득층은 전체 세수 중 많은 부분을 감당한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비용은 실컷 부담하고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을 때는 배제해버린다면, 제외되는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가질까. 이번에 재난지원금 수혜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은 앞으로 이런 유의 지원금 지급이나 저소득층 대상의 복지지출에 대해 강력한 반대세력이 되기 쉽다. 한번 정책의 가성비를 높이려다 향후 유사한 정책을 아예 시도조차 못할 수도 있다.

둘째, 공정한 수혜대상 선정기준을 만들기가 어렵다. 정책 가성비 면에서 공정한 기준을 만들려면 모든 국민의 피해 정도를 일일이 측정한 후 그에 비례해 지원금 액수를 정해야 할 텐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 선별론자들이 기껏 제시하는 기준은 소득 하위 50%를 수혜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은, 저소득층이 재난의 고통을 크게 당하고 있을 것이므로 그들에 한정해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논리를 깔고 있다. 하지만 소득 하위 50% 계층이라 하더라도 각자가 입은 피해는 천차만별이고, 소득 상위 50% 계층 중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어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소득 하위 50%라는 기준은 공정한 듯 보이지만, 수많은 불공정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지원금을 선별지급할 경우 곳곳에서 불만과 원성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재 파악가능한 자료는 작년 소득인데 그것과 올해의 재난 피해 정도가 비례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으니 불공정 시비는 더 심해질 것이다.

셋째, 선별지급을 하면서 1차 때처럼 기한을 정한 바우처로 지출하게 할 경우 낙인효과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1차 때는 저소득층도 물건을 사면서 당당하게 신용카드나 지역화폐를 내밀었다. 하지만 2차 지원금을 같은 방식으로 선별지급할 경우 수혜자들은 마트나 식당에서 카드를 내밀 때마다 쭈뼛거리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될 것이다. 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더라도 수혜자 내면에 작용할 낙인효과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공정하지도 않을뿐더러, 수혜자에게는 낙인효과를, 비수혜자에게는 역차별 느낌을 심어줄 정책, 게다가 정치적 효과도 의심되는 정책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도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낙연 대표가 선별지급을 소신이라고 밝히고 있으니, 내 눈에는 그의 미래가 무척 불안해 보인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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