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언론장악'에 침묵해선 안 된다

  • 심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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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1   |  발행일 2020-09-21 제27면   |  수정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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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객원논설위원

네이버 부사장,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역임한 윤영찬 국회의원의 '다음 포털외압' 사건을 겪으면서 기자들은 누구나 섬뜩함을 느꼈을 것이다. 보좌진에게 보낸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라는 문자 메시지에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자 모습이 어른거린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영향력 면에서 사실상 메이저급 언론사나 다름없다. 현 정부 권력실세의 거리낌 없는 언론장악이 그동안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야당에서 이 문제를 자유민주주의 국가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강경대응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다. 국민의힘은 4선의 김기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포털장악대책 특위'를 구성했다. 일명 '드루와 포털 게이트 특위'다.

특위 위원인 박성중 의원은 "윤영찬 의원의 메시지 내용을 보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청와대 수석으로서 여러 가지 주무른 솜씨가 나타난다. 여권의 포털 장악 통로이자 고리가 윤 의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위가 '바다 속에 잠긴 빙산 전체'를 찾아낼 수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국민의힘 역량만으로는 변죽만 울리다가 두 손을 들 가능성이 있다. 당초 계획대로 권력실세의 포털장악 전모를 파헤치기 위해서는 언론사들의 긴밀한 공조가 꼭 필요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언론사 간의 경쟁의식은 첨예하다. 독점적인 뉴스보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특히 유력신문과 포털사이트 사이는 더 좋지 않다. 무임승차로 최대 뉴스 영향력을 누리는 포털사이트를 언론사들이 곱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포털외압 사건이 거의 속보 없이 지나간 것도 아마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 탓으로 생각된다.

2018년 8월15일(현지시각), 미국 전역에 있는 300개 넘는 신문사가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관을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한 적이 있다. 신문사들이 연대해서 같은 날, 같은 주제의 비판사설을 쓴 것은 언론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다. 당시 '사설 연대'를 주도한 보스턴글로브가 홈페이지 헤드라인으로 올렸던 '언론인은 적이 아니다(Journalists are not the enemy)'라는 제목의 사설은 국내에서도 크게 보도됐다.

미국 상원은 사설이 나간 지 하루 뒤인 16일 언론 자유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자유로운 언론은 유권자에게 정보를 주고, 진실을 파헤치고, 정부 권력의 견제자 역할을 하고, 국가적 담론과 토론을 심화하며, 가장 기본적이고 소중한 민주적 규범과 미국의 자유를 발전시킴으로써 필수적이고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재확인 한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전·현직 고위층들이 언론중재위를 거치지 않고 언론사와 기자를 형사범으로 고발하는 사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권실세들이 검찰을 비롯한 공권력을 이용해서 언론을 손아귀에 쥘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언론사나 기자들은 이를 남의 일로 생각하고 침묵을 지켜선 곤란하다. 미국 언론사들이 '사설연대'로 대통령의 언론탄압에 대응한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대법원은 "고위공직자 등 공인의 도덕성 문제를 거론하거나 직무활동을 강도 높게 비판하더라도 그 내용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은 것이 아니라면 언론의 자유 영역에 해당돼 보호해야 된다"는 판결을 했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국가가 사수해야 할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심충택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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