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덮쳐 피난민 신세…차례상은 엄두도 못내"…경북 동해안 수재민 '한숨뿐인 추석'

  • 송종욱,김기태,남두백,원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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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9  |  수정 2020-09-29 07:24  |  발행일 2020-09-29 제3면
복구공사 식당 내 집기·가구 수북…차례 올릴 공간도 없어

재난지원금 턱없이 부족…그마저도 명절 지나야 본격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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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한 횟집에서 건물 뒤편 복구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횟집은 지난 3일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거센 파도가 건물을 직접 강타해 뒤편 벽체가 부서졌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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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 주방에 주방기구가 잔뜩 쌓여 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으로 큰 피해를 본 경북 동해안 주민들이 풍성해야 할 추석을 앞두고 긴 한숨만 내쉬고 있다.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 지 3주일 남짓 만인 28일 기자가 다시 찾은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의 한 횟집. 이 횟집의 태풍 피해는 아직도 진행형이었다. 부서진 식당 벽체 공사는 물론, 내부 곳곳에서 복구공사가 한창이다.

탁원경(58) 사장은 "식당 복구공사를 할 업체를 찾지 못해 암담했다. 워낙 많은 곳에서 피해 복구를 하다 보니, 공사 업체를 찾기조차 어려웠다"면서 "다행히 열흘 전쯤 한 업체를 찾아 공사를 시작했다. 이제라도 복구공사를 할 수 있게 돼 희망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침실과 식당 곳곳은 침수 피해로 간신히 건져낸 식당 집기와 가구들로 수북했다. 이러다 보니 차례상을 올릴 공간은 물론, 찾아오는 친지들이 머물 공간도 마땅찮다.

그는 "침실도 각종 집기로 가득 차 있다. 지금 처지가 거의 피난민 수준"이라며 "그동안 조상님 제사와 차례를 내가 모셔왔는데, 올해 추석에는 조상님을 모시지 못해 그게 너무 안타깝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횟집은 읍내와 가까운 해안에 자리 잡은 5곳의 식당과 활어 도소매센터와 함께 큰 피해를 봤던 곳 중 하나다. 당시 태풍의 영향으로 거센 파도가 식당 뒤편을 직접 강타해 벽체가 산산이 부서졌다. 횟집 건물 뒤편이 뻥 뚫리면서 식당과 2층 거주공간까지도 침수 피해를 봤다. 파도가 2층 건물 지붕까지 덮쳤지만 다행히 식당 주인은 목숨을 건졌다.

경주시 감포읍 감포항 친수공간 인근 해안마을 수재민들도 추석을 앞두고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태풍 피해에 비해 재난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해 다시 일어설 기력조차 없다. 추석에 지내야 할 차례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재민 K(62)씨는 "태풍이 지나간 후 한 달 동안 침수된 집 벽체를 보수하고 장판·도배를 하고 전기시설을 새로 갖췄지만 예전 모습을 찾기 어렵다"면서 "태풍에 휩쓸려간 가재도구 등을 새로 장만했지만 아직까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정신이 없는 상태라서 추석 준비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과일이 떨어지고, 벼가 쓰러진 농업인들도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농업인들의 태풍 피해 조사는 완료됐지만 농업인 개인별 소득에 따라 피해지원이 달라 개인 소득조회 등으로 지원이 늦어지고 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추석을 앞두고 태풍에 피해를 본 어항·도로·하천 등 공공 시설물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울진 현내항과 영덕 강구면 고지터널배수로·해파랑공원 등도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본 인근 주민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들 시설 복구에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5일 영덕·울진·울릉 전역에 대해 1차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한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포항과 경주, 청송군 청송읍·주왕산면·부남면·파천면 4개 읍·면 지역, 영양군 영양읍·일월면·수비면 3개 읍·면 지역에 대해 추가 재난지역을 선포했다.

이들 지자체는 행안부가 심의 중인 국비지원금 확정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추석이 지나야 본격적인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행안부의 국비지원 금액이 확정되면 설계에 이어 공사발주로 이어지게 된다. 태풍 피해 시설들은 내년 상반기에 복구가 완료될 전망이다.

송종욱·김기태·남두백·원형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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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욱

경주 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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