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요진단] 금태섭 탈당이 남긴 것

    • 이은경
    • |
    • 입력 2020-10-27   |  발행일 2020-10-27 제22면   |  수정 2020-10-27
    '함께 살아가는 민주주의 정당'
    겸손함과 소통의 문화 대신
    내로남불, 말뒤집기 등으로
    '더불어'도 '민주주의'도 안 돼
    비판 수용·자기 반성이 먼저

    2020102601000803800032431
    이은경 정치부장

    더불어민주당의 당명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자는 민주주의 정당'쯤으로 해석된다. 두 단어 '더불어'와 '민주'를 합치면 아주 아름다운 슬로건이 만들어진다. '함께, 모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라고나 할까. 그 가치에 호응해 국민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안겨 주었다. 조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강조해 온 개혁과 변화가 현재진행형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결과였을 것이다. 소신과 원칙을 지키며 미래를 지향해 대한민국 역사의 진보에 한 걸음을 보탤 것이라 믿었다. 지난봄 가졌던 우리의 그 기대는 여전히 유효한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초선 의원으로 활동하는 내내 권력 남용의 가능성을 지적하며 공수처 설치에 반대한 인물이다. 지난해 12월엔 민주당의 숙원과도 같은 공수처법에는 기권표까지 던졌다. 당내에선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로 불리며 대표적 소신파로 분류됐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도 받았다. '미운털'이 박혀 결국엔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며 낙천했고, 당론 위배로 징계처분까지 받았고 최근 탈당했다.

    유력 대선 주자도 아니고 중진 의원으로 광역단체장을 거친 정치인도 아닌 '전직' '초선' 의원인 그의 탈당은 사실 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의 말처럼 '자연인으로서의 탈당'이니 굳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비난하는 여당이나 반색하는 야당에나 그저 괜찮은 이슈 거리일 뿐이다.

    애써 평가절하하더라도 금 전 의원의 탈당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의 탈당이 그저 그런 해프닝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다.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한 민주당'에 대한 아픈 지적 때문이다.

    "우리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 우리는 항상 옳고 우리는 항상 이겨야 하기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것, 이런 모습에 대한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 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히는 것."

    소신이 됐든 변명이 됐든 비주류의 비판적인 의견조차 수용하지 못하는 '더불어'도 안 되고 '민주주의'도 제대로 되지 않는 '더불어민주당'이 민주 정당으로서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지적은 새겨들어야 한다.

    강준만 교수도 최근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라는 저서를 통해 비슷한 지적을 한 바 있다. 강 교수는 "문재인정권의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다"며 "허영심 경쟁을 벌이며 쓴소리하는 극소수 의원들에겐 몰매를 준다"고 비판했다.

    치열하게 반성하고 오류를 수정해 나갈 때라야 권력은 부패하지 않고 상식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귀 막고 눈 감고 철새가 떠났다고 앓던 이가 빠졌다고 끼리끼리 위무할 일이 아니다. 스스로 권력이 되었음을 인식하고 이제는 그 서슬 퍼런 비판의 칼끝을 주저하지 않고 자신에게 겨눌 수 있어야 한다. 그 결기에 국민은 지지와 신뢰로 응답할 것이다. 언제까지 야당 복만 기대할 순 없지 않은가.
    이은경 정치부장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