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변해가는 문학과 문학관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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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9 07:53  |  수정 2020-10-29 07:54  |  발행일 2020-10-29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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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대구문학관 학예연구원〉

문학(文學)은 무엇인가. 사전에 의하면, 문학은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언어예술'이다. 여기서 '언어'는 말과 글을 포함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예술'은 어떤 특정한 재료나 기교로 미적 흥취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창작 활동을 의미한다. 종합해 볼 때 문학은 말과 글을 재료로 아름답게 표현된 창작물을 뜻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의 범주는 꽤 넓다. 시와 소설, 희곡, 수필 등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문학 장르는 물론이고, 말로써 전해지는 이야기도 구술 문학으로써 의미를 가진다. 지역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나 민담, 입에서 입으로 불리며 전해지던 민요 등도 문학이다. 한편 영상기술이 발전하면서 드라마나 영화도 영상문학으로 문학의 범주에 포함됐다.

문학의 범주가 넓어진 만큼 문학관이 수집하는 자료의 범주도 넓다. 책으로 엮어나 수기로 쓴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문학가의 인터뷰 영상, 목소리, 애장품 등. 대구문학관은 비교적 현대적인 문학자료들을 수집한다. 그래서 자료 영역은 한정적이지만 문학관의 속성에 따라 그 영역은 무궁무진하게 넓어질 수 있다. 개관을 준비하고 있는 국립한국문학관의 경우 한국문학 전체를 아우를 예정이니, 수집할 문학자료의 방대함과 다양함이 어떠할지 기대될 정도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문학'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책'을 떠올린다. 짐작하건대 '문학'이라는 이름 아래 가장 많이 접한 형태가 책으로 묶인 형태였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대구문학관에서 가장 많은 보유량을 자랑하는 문학자료의 형태도 책이다. 종이는 오랫동안 문자를 기록하는 유용한 수단이었고, 종이를 엮어 만든 책은 많은 사람이 오랜 기간 널리 문학을 즐길 수 있게 했으므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전자책을 사용하는 빈도도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은 전자기기로 글을 읽고, 오디오북으로 문학을 듣는다. 물론 기록 수단이 바뀐다고 해서 문학이 주는 미적 흥취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낡아가는 종이가 풍기는 약간 콤콤한 냄새,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손끝을 스치는 사각사각한 질감은 점점 추억이 되어갈지도 모른다. 문학이 바뀐다면 문학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문학관의 모습도 바뀌어 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문학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참으로 고민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윤지혜〈대구문학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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