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평가 의혹 수사 안 하면 오히려 검찰의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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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16   |  발행일 2020-11-16 제27면   |  수정 2020-11-16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법무부와 여당의 공격이 갈수록 드세다. 야당은 검찰 수사 흔들기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월성 1호기 폐쇄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국민으로부터 '추진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았다"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정책 자체를 감사 또는 수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적 야망을 드러낸 이후 (원전 관련 수사가) 전광석화처럼 진행 중"이라며 "정부의 민주 시스템을 붕괴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의 편파적 과잉 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여권 인사들도 "정치 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라고 공격했다.

여권 핵심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야권은 검찰의 적법하고 정당한 수사에 정치색을 입혀 방해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야당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정책의 타당성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원전 경제성 평가의 부당성 및 증거 인멸의 의혹을 받는 부분은 엄연히 수사 대상이다. '대통령 공약'과 연관 있다고 탈법도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를 놓고 경제성을 조작해 채산성 없는 광산 등을 매입했다며 국정조사·수사 등을 관철한 바 있다. '내로남불'이 이 정도라면 현실 망각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번 수사는 감사원이 전달한 수사 참고자료와 야당 등의 고발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정부가 원전 폐쇄 방침을 정해놓고 사실상 '끼워 맞추기 평가'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 관련 공무원들이 원전의 경제성을 조작해 일찍 폐쇄하는 바람에 수천 억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산업부의 파일 삭제와 자료제출 누락 등 조직적 증거 인멸과 감사방해 행위도 드러났다. 그런 의혹을 수사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그게 오히려 검찰의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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