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일] 사실과 진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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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16   |  발행일 2020-11-16 제25면   |  수정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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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희 국회의원 (국민의힘)

지난 10월20일 감사원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관한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고 지금은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도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원전)에 관한 주제가 가장 뜨거웠고 그중 하나가 월성1호기 조기 폐쇄였다.

여야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의 유통과 이용이 중요해지며, 이런 이유로 전기에너지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에너지 생산이 깨끗하고 저렴하며 탄소배출이 없어야 한다는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원자력발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한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청와대 보좌관이 월성1호기 원전을 다녀온 보고서에 원전 외벽에 철근 노출을 빌미로 대통령의 폐쇄 시기를 묻는 물음에 경제성을 문제 삼아(안전성을 문제 삼을 수 없어) 월성1호기를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조기 폐쇄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외벽 철근 노출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전의 안전성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심의되고 논의되며 월성1호기의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보고를 한수원 이사회 자료에서도 밝힌 바 있다. 이것이 사실을 이용한 진실의 왜곡이다.

원전은 탄소배출이 가장 적고 발전단가가 가장 저렴한 에너지다. 그러나 원전은 위험하다. 여기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진실의 왜곡이 나타난다.

원전 반대론자들은 핵의 위험성을 그 이유로 든다. 원전을 핵폭탄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핵이 위험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원전도 위험하다는 것은 진실의 왜곡이다. 탈핵과 탈원전은 구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얼굴의 주름을 펴고 젊어 보이기 위해 보톡스 주사를 맞는다. 보톡스는 보튤리눔 독소다. 보튤리눔 독소는 몸의 신경 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하여 근육을 마비시켜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사망하게 할 수 있는 독이다. 그렇다면 보톡스 주사를 맞으면 우리는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가?

보톡스가 독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톡스 주사를 맞는 것이 독을 먹는 것과 같고 종국에는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것은 진실의 왜곡이다.

우리 사회에는 단편적 사실을 이용한 진실의 왜곡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고 가짜 뉴스가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지금의 시대를 혼돈의 시대라 이야기한다. 정보는 과할 만큼 넘쳐나고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사실을 교묘한 방법으로 인용하여 진실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과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사람들은 진실을 추구하는 생각과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쉽게 확증 편향에 빠지곤 한다.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이다. 쉽게 말하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다. 원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모으거나, 어떤 것을 설명하거나 주장할 때 편향된 방법을 동원하곤 한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믿음에 대해 근거 없는 과신을 갖는다. 자신의 정치적 지향과 다른 사실을 불신하며, 과학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믿음을 고수한다.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의 뇌는 인지적 구두쇠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진실에 다가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양금희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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