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유도선만 설치해도 보험사기 줄인다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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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9 07:42  |  수정 2020-12-09 07:45  |  발행일 2020-12-09 제8면
보험사기 근절 캠페인 〈하〉 사고 유발 요인 없애야
고속도로에 설치 후 사고 30%↓
도심 속 교차로에도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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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고를 위장한 보험사기는 범죄라는 인식이 강하지 않아요. 이런 탓인지 모르겠지만 고액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해 단순 가담했던 10대들이 범행을 거듭하면서 자기가 주범으로 범죄를 계획하고, 더 어린아이들까지 끌어들이게 됩니다. 지금 막지 않으면 더 큰 범죄자가 되는 걸 방치하는 게 됩니다."

보험사기의 위험에 대한 KB손해보험 김혁 대구보상부장의 설명이다. 김 부장은 "이들이 더 큰 범죄자가 되는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보험회사는 물론 운전자, 사법기관 등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보험회사는 민원에 대한 부담이 있더라도 보다 철저하게 조사하고, 운전자는 빨리 합의를 할 것이 아니라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사법기관에서는 보다 철저하게 범죄를 밝혀 제대로 된 처벌을 받도록 해야 10~20대가 보험사기의 늪에 발을 담그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해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차량 보험사기의 경우 통상 오토바이부터 시작해 연식이 오래된 국산 대형차·외제차로 덩치를 키워나간다. 고의 사고 시 받을 수 있는 보험금과 합의금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2년간 80차례 사고를 통해 4억원 이상의 보험금 등을 타낸 A(28)씨도 이런 '코스'를 밟았다. 배달일을 하던 A씨는 오토바이를 이용한 사고로 보험금을 타냈다. 한 달 수입보다 많은 돈을 쉽게 번 A씨는 차량으로 바꿔 보험사기를 이어나갔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A씨는 결혼을 하고 난 뒤 아내와 아이까지 차량에 태운 뒤 접촉 사고를 유발,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보험사기 규모를 키워나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처음에는 금액이 적어 크게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해 보험사기 중 100만원 이하는 29.4%였고, 300만원 이하는 58.0%(금융감독원)를 차지했다. 소액 보험사기가 많은 탓에 범죄라는 인식이 낮아 10대들이 쉽게 빠져들게 되는 셈이다.

대구에서도 10~20대에 의한 자동차 고의 사고가 특정지역 도로에서 빈번하게 발생, 어린 학생들이 보험범죄 유혹에 노출돼 잠재적 범죄자로 지속 양산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들이 보험사기를 일으키는 요인을 제거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보험사기범들이 주로 법규 위반 차량을 표적으로 삼는 만큼 운전자는 교통법규를 잘 지키도록 노력하고, 행정기관에서는 이들이 법을 지키며 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다발 지역 교차로 노면 유도선'<사진> 설치가 대표적이다. 고속도로 진·출입로에 분홍 또는 초록색 등으로 설치된 유도선을 도심 속 교차로 안에도 설치하자는 것으로, 유도선 설치의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고 손해보험업계는 설명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1년부터 고속도로 분기점과 나들목에 색깔 유도선을 설치한 이후 사고가 30% 가까이 감소했다. 일본은 도심 속 도로에 노면 유도선을 설치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센다이시 아라마치 교차로의 경우 2008년 유도선 설치 이후 242건(2004~2007년)이던 사고 건수가 128건(2009~2012년)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선명한 색의 유도선만 설치해도 차선 위반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덩달아 보험사기의 먹잇감이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또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즉시 보험회사에 사고 접수 후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고, 현금을 요구하면 보험사기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거절하는 게 좋다. 보험사기가 의심되면 경찰서와 금융감독원의 보험범죄신고센터에 적극적으로 신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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