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가씨 일본 직장생활기] (11) 일본 국민병 '화분증'

  • 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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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8 17:00  |  수정 2022-01-1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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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도 시민 2명 중 1명 꼴로 화분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화분증을 유발하는 삼나무 수꽃과 꽃가루. (출처https://ja.wikipedia.org/wiki/%E3%82%B9%E3%82%AE%E8%8A%B1%E7%B2%89%E7%97%87)

새해가 밝은 지 엊그제 같은데 1월도 벌써 하순으로 달려가고 있다. 2021년 입춘(立春)은 2월3일(수요일)이다. 일본에서 세 번째로 맞이할 봄도 머지않았다.

  

본격적인 봄날씨가 시작되려면 한 달은 넘게 기다려야 하겠지만, 체감상 일본의 봄은 대구보다 일찍 찾아오는 듯하다. 상승하는 기온과 더는 차갑지 않은 바람은 추위를 싫어하는 필자에게 희소식이다.

반면 달갑지 않은 불청객도 있다. 바로 꽃가루다. 일본에선 봄을 '화분증(花粉症·꽃가루 알레르기)'의 계절이라 부를 만큼 공기 중에 떠도는 삼나무나 편백나무 등의 꽃가루로 인해 많은 이들이 꽃가루 과민증에 시달리고 있다. 

 

2017년 12월 도쿄도가 발표한 화분증 환자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화분증 추정 유병률은 무려 48.8%에 달했다. 2명 중 1명 꼴로 고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일본에서 거주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화분증을 겪고 있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듯싶다. 화분증을 괜히 '국민병'이라 부르는 게 아니었다.

 

증상으로는 콧물, 재채기, 눈 가려움 등이 있다. 알레르기가 심한 경우, 계속되는 가려움과 재채기 등으로 인해 외출이 어려워짐은 물론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등 일생 상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아야 한다.  

 

일본 꽃가루의 악명은 한국인이라고 봐주는 법이 없다. 한국에서 꽃가루 알레르기 경험이 전혀 없던 지인이 일본에 온 지 1년 만에 화분증에 걸려 고통의 나날을 보낸 것을 목격한 적 있다. 그는 결국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는 신세가 됐다. 

 

일본인이건 외국인이건, 알레르기가 있든 없든, 가리지 않고 꽃가루의 공습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에 화분증은 새로운 문화현상을 낳기도 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했지만 일본에선 이전부터 꽃가루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 번 화분증에 걸리면 매년 증세가 도지기 때문에 필자의 회사 동료나 주변 지인도 이 시기만 되면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다녔다. 일본에서 마스크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봄철 필수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화분증을 겪고 있다 보니 일본기상협회에서는 매년 꽃가루 비산(날아 흩어짐) 예측 보고를 한다. 일기예보에서는 지역별 꽃가루 농도를 알려주기도 한다. 

 

실제 공기 중에 얼마만큼의 꽃가루가 떠도는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베란다 방충망이나 환기구 필터에 쌓여 있는 노란 가루를 볼 때면 괜히 숨쉬기가 불편하거나 눈이 뻑뻑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봄이면 베란다를 절대 열지 않고 세탁물도 실내에서만 건조한다. 실내 환기는 필터가 설치돼 있는 환기구나 서큘레이터를 통해 해왔지만 생각보다 효율이 좋지는 않은 듯하다. 본격적인 화분증이 유행하기 전 공기청정기를 하나 마련하려고 진지하게 제품을 고르는 중이다. 근데 화분증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식품은 없을까?

전혜민 <주식회사 라이풀 스페이스 사업추진 그룹 엔지니어> 

 

◆필자 소개
전혜민 엔지니어는 대구에서 태어나 성화여고를 졸업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에 입학, '일본취업반'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2월 졸업 후 일본 '라이풀(LIFULL)'의 자회사인 '라이풀 스페이스(LIFULL SPACE)'에 입사했다. 라이풀은 몇 년 전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취업 선호도에서 1위로 뽑혔을 정도로 인기 높은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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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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