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쓸모 없는 쓰레기를 쓸모 있게 만들어요" 협동조합 더 쓸모의 지구를 위한 도전

  •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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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6   |  발행일 2021-01-27 제12면   |  수정 2021-04-2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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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더 쓸모'의 공유 공간에서 양민경 대표(오른쪽)와 조합원들이 간판 천으로 명함 지갑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젠 미래까지도 안 가요. 지금 바뀌지 않으면 다음 세대는 없어요. 당장 코로나 19만 해도 그래요. 우리가 만든 환경문제예요."
"필요한 것은 두고 가시고 사용하지 않은 것은 가져다주세요."

대구 북구 경대로5길 골목 안 협동조합 '더 쓸모'(대표 양민경)의 공유 공간 문 앞에 쓰인 문구다. 지난 19일 이곳에서는 양민경 대표와 조합원 네 명이 무언가 구상하느라 분주했다. 자세히 보니 버려진 간판 천으로 명함 지갑을 디자인하고, 가죽 소파의 자투리 가죽으로 다이어리를 만들고, 그림책으로 달력을 만들고 있었다.

2019년 8월 문을 연 더 쓸모는 '쓰레기도 예술'이라고 외친다. 인형극 큐레이터와 문화예술 강사들로 구성된 더 쓸모의 모토는 버려진 것들을 더 쓸모 있게 하는 것. 이들은 "환경만 생각했던 우리는 아니다. 각자 하는 일이 있었는데 버려진 것들에 관한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계기가 되어 모였다"고 했다.

양 대표는 인형극 큐레이터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적인 인형극과 달리 버려진 것들로 만든 마리오네트 인형으로 인형극을 한다는 점이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쓰레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예술품이 되고 있는 것. 양 대표는 플라스틱을 다시 쓰레기가 되지 않게 하려고 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더 쓸모는 정크아트, 플라스틱 공방, 제로웨이스트(Zero-Waste) 등 3개 분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정크아트는 버려진 그림책이나 장난감을 이용해 인형을 만들어 인형극을 연출한다. 플라스틱 공방에서는 공방을 찾는 이들이 직접 폐플라스틱을 이용해 직접 체험하고 예술품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한다. 제로웨이스트는 개인 컵 가지고 다니기, 개인 수저 갖고 다니기, 면 행주 사용하기 등 쓰레기를 줄이는 환경운동까지 겸한다.

전시·체험·교육 공간을 갖춘 더 쓸모는 환경문제에 관심있는 시민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최근엔 기관이나 관공서 종사자들의 방문을 희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공서에서 물티슈를 배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물티슈도 플라스틱이에요.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 환경을 해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환경문제는 교육이 가장 먼저다. 놀이를 통해서 일상에서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쓸모는 지난해 10월 TH갤러리(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쓰레기 생활 예술이 되다'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에서는 폐플라스틱 비즈 등 버려지는 것들을 이용한 예술작품 20여 점을 선보였다. 쓸모없는 물건을 다시 쓰는 '쓸모로운 환경 실천'을 위해 플라스틱 스토리를 선보임으로써 관람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한 관람객은 "예쁜 전시장이 아니라 경각심을 일게 해주는 전시가 되었다"며 상설 전시장으로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지구를 병들게 하는 많은 요소 중 가장 심각한 것은 플라스틱이다. 문제는 이를 알면서도 소비를 부추기고 대량 생산된다는 점이다. 조합원들은 "쓰레기를 생활예술로 만드는 정크아트를 통해 지구를 위한 쓸모 있는 놀이를 시작했다"며 "지금 실천하지 않으면 손자도 못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쓸모는 그저 그런 환경운동이 아니라 환경도 돈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강조한다. 그린사업을 고민하고, 디자인하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는 이유다. 쓰레기를 보석으로 탈바꿈시키는 더 쓸모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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