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자식이 그들만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놓아주어야 "

  • 한영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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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5   |  발행일 2021-02-17 제12면   |  수정 2021-04-29 11:23
"모자일체화(母子一體化) 사회는 자식의 자유가 억압되기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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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화 시민기자

우스갯소리로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는 천국행 티켓이 공짜"라는 말이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큰아들의 사춘기를 겪으면서 이제껏 살아 온 삶이 얼마나 평온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역시도 엄마 역할은 처음이다 보니 서툴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아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코로나가 바꿔 놓은 일상은 엄마와 자식 사이 갈등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덜 마주치고 모르는 척 내버려두는 게 상책'이라는 임시방편의 결론을 내리고 그리 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들과의 관계를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내면의 수양(?)과 함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생각해 유튜브로 부모 교육 동영상을 자주 보는 편이다.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저자이자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 박사는 세바시 강연에서 상담 청소년들이 어른들에게 전하고 싶은 첫 번째 말이 "이번 인생은 망했다."란다.

그 이유 세 가지가 "부모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고 내 기대에도 못 미치는데다 친구들 사이에도 존재감이 없어서" 라고 한다. 또 많은 청소년들이 "내가 하는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부모님의 기대가 부담스럽다."는 고민을 갖고 있다고 한다.예전과 달리 한 두 명의 자식이 다인 현재의 부모들은 '자식이 곧 나의 인생'이라는 생각으로 자식들에게 "내가 누구 때문에 사는데", "너는 내 삶이야"라는 말을 쉽게 던지는데 청소년들은 부모의 이러한 기대가 자신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강의를 들으며 이 모든 일이 필자에게 고스란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친구의 아들은 평온한 환경에서 반듯하게 자라며 부모의 뜻을 거스른 적이 없었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퇴를 했다. 엄마와 함께 자퇴서를 내고 학교를 나선 그 날 아들은 한참 굶은 사람처럼 몇 끼의 밥을 먹더란다. 친구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자식들로 인해 고민을 털어 놓는 이들을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데 비단 내 아들만의 일은 아니구나 싶어 위안을 얻다가도 근본적 원인과 해결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 이소베 우시오는 '모자일체화 사회'를 설명하며 "부모와 자식이 하나가 되는 사회에는 자식의 자유가 억압되기 쉽다"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은 곧 자식을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그들만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놓아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자식들이 살아갈 세상은 부모 세대가 살아 온 세상과 다르다. 기성세대의 잣대로 자식의 삶에 관여해서는 안 되고 마음껏 세상을 탐험하고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응원해주어야 한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박사는 "부모는 배가 안전하게 드나들며 쉬기도 하고 고장 나면 고치기도 하는 편안한 항구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필자는 '망망대해에서 배가 방향을 잃거나 폭풍우에 뒤집어지면 어쩌나' 싶은 불안한 마음은 소심하게 간직한 채 '항구 같은 부모가 되어보겠다.'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한영화 시민기자 ysbd4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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