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허물어진 옛 성터 경북 경산 용성산성을 찾아

  • 천윤자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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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21   |  발행일 2021-02-24 제22면   |  수정 2021-04-29 11:24
"세상사가 한 점 먼지처럼 느껴진다"
천윤자

경북 경산에도 산성이 있다. 경산시청에서 용산산성을 향해 가다 보면 자인면에 들어서면서부터 오른쪽에 유난히 눈에 띄는 산이 있다. 멀리 보이는 산들이 능선을 따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데 비해 이 산은 저 홀로 우뚝하다. 용산이다.

용성면 곡신리 마을회관을 지나면 용산에 오르는 고즈넉한 길로 이어진다.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밤나무, 소나무, 잡목 등이 섞여 있는 숲길, 여름에는 울창한 숲을 이루어 걷기에 좋을 것 같다. 잎을 다 떨구어낸 나목은 욕심을 내려놓은 수행자같이 의연하다.

용성면과 남산면, 청도군 금천면의 접경에 위치한 용산의 산정을 중심으로 둘레 약 1.6㎞, 높이 2.3m, 너비 3.2~3.6m의 규모로 돌을 쌓아 만든 용산산성은 2000년 경북도기념물 제134호로 지정됐다.

성지에서 신라 말기부터 조선까지 기와 조각과 삼국시대 토기 조각이 발견되고 있다. 삼국사기에 김인문이 당나라로부터 돌아와서 군주로 임명됐고, 장산성의 축조를 감독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산성'이 지금의 용산산성이라는 설이 있다. 경산시는 북문 주변 성벽 일부를 복원하고, 주변에 정자와 체육시설도 마련했다.

산성에 오르다 보면 지금도 맑은 물이 고여 있는 '무지개샘'을 만난다. 그러나 둘레에 철망이 쳐져 접근이 어렵다. 무속인들이 촛불을 켜고 기도하면서 산불이 발생한 적이 있어 철망을 쳤다고 한다.

마을 어귀에서 완만한 길을 여러 번 꺾어 돌며 2.5㎞쯤 올라가면 용산산성 북문에 이른다. 성곽은 형태를 잃었지만, 성내를 둘러볼 수 있는 오솔길은 남아 있다. 가파르지 않아서 찬찬히 사색하며 걷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안내도에는 군사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우물 터 두 곳과 동서남북 네 곳에 문 터가 남아있다. 그러나 오솔길을 따라가면 돌무더기로 보아 성문터였을 것으로 짐작이 될 뿐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해발 435.2m 용산 정상에 올라서니 용성면, 자인면, 진량읍, 하양읍, 경산시가지까지 훤히 내려다보인다. 성 축조 당시 외부 침입자의 동태를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새였을 것으로 쉽게 짐작된다. 따사로운 겨울 햇살이 내려앉은 정상에 자리를 깔고 앉아 해바라기를 하자니 그 옛날 성안의 모습이 상상 속에서 펼쳐진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삶은 곧 전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 간, 부족 간, 단체나 개인 간에도 끊임없이 뺏고 뺏기는 전쟁의 역사가 이어오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누군가 말했던가, 정치도 문명화된 전쟁이라고. 그 옛날 내 것을 지키려 하던 이들이나 뺏으려 하던 이들은 지금 어느 산골의 백골로 남았을까. 흙으로 돌아갔을까. 누구든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영원한 것도 없다. 허물어진 옛 성터에서 산 아래를 굽어보니 세상사가 한 점 먼지처럼 느껴진다.
천윤자시민기자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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