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 정서 강한 대구행 의도적 선택?… 윤석열 정계 진출 신호탄 분석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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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3   |  발행일 2021-03-04 제3면   |  수정 2021-03-04 08:54
윤석열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구 수성구 대구고검·지검에 도착해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구 고검·지검 방문은 올해 첫 공개 행보다. 표면적으로는 지방 순회 일정의 마지막 이라는 성격을 띄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대권 행보의 신호탄을 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뒤 나서는 첫 공개 일정으로 반문(反文) 정서가 가장 강한 대구를 택했다는 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총장은 3일 대구 고검과 지검을 찾아 직원들과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그의 이번 일정은 지난해 말 징계 사태로 중단 됐던 전국 검찰청 순회 방문을 재개하는 차원이다. 윤 총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징계 처분을 받고 업무에서 배제됐다가 8일 뒤 법원의 '징계 처분 효력 중단' 결정으로 총장직에 복귀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윤 총장은 전날(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수청 신설에 대해 "이는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다. 검찰이 밉고 검찰총장이 미워서 추진되는 일"이라며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의 대구 방문에는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정부·여당에 대한 공개 반발 이후 반문 정서가 가장 강한 지역을 찾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구는 윤 총장에게 의미가 깊은 지역이다. 1994년 그가 검사 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이 대구지검이고,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수사' 외압을 폭로한 뒤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 당한 전력도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대구 고검을 들어서면서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며 대구와의 인연을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계 진출 의향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대구 방문이 사실상 대권 도전의 신호탄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를 증명하듯 권영진 대구시장도 이날 윤 총장을 직접 찾아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총장님의 행보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하고 지지한다"며 힘을 보탰다.

이 밖에도 여야 대권 잠룡 등 정치권 유력 인사들도 윤 총장이 정부·여당에 반기를 드는 데 대해 저마다의 입장을 내고 있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이 의도 여부에 상관없이 대구 방문이 정치적 상징성을 갖게 됐다. 대구로 몰려든 취재진과 시민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라며 "그의 대권 도전이 현실화 되면 정국의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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