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의 역사 1] 10시간 충전하고 30분 통화…세계 최초의 휴대폰은 애물단지였다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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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5   |  발행일 2021-03-05 제33면   |  수정 2021-03-05
전화기 발명 후 100여년 만의 신문물
벽돌보다 크고 고기 한근보다 무거워
말도 안되는 스펙에 터무니없는 가격
이동통신의 시작은 이렇게 미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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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노 사피언스(Phono Sapiens)'.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혜(스마트)가 있는 폰(phone)을 쓰는 인간'이라는 의미로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 이렇게 표현했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자연스레 사용하는 인류,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인류"를 이야기한 셈이다. 사람 손에 의해 태어난 스마트폰이 신인류를 탄생시킨 셈이다. 이코노미스트에 이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5년 3월. 벌써 6년이나 됐다. 당시 잡지는 "스마트폰은 이제 세상을 막 바꾸려 할 뿐이지 사실 변화는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 2018년 12월 코카콜라의 음료브랜드인 비타민워터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스마트폰 없는 1년'을 사는데 성공하는 고객에게 10만달러를 주는 이벤트를 공지했다. 이벤트 기간 참여자들이 모든 연락을 끊고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선택된 참여자들에게는 1996년식 구형 휴대폰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벤트에 참여하는 기간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일절 사용해서는 안 되고 친구나 가족의 것을 잠시 빌려 사용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 데스크톱 컴퓨터와 랩톱 컴퓨터는 사용이 가능하다. 1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6개월만 버텨도 1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 같은 해 KDM엔지니어링이라는 설계회사가 2천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3%가 최소 20분에 한 번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고 답했다. 그만큼 '스마트폰 없이 살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금은 전지전능(?)한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휴대전화,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개인이동통신 서비스. 하지만 그 시작은 심히 미약했다. 벽돌 만한 크기에 서로 간의 음성 통화만 가능할 뿐 문자메시지도 전달하지 못하는 스마트하지 못한 기계였다. 1973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휴대전화와 개인이동통신 서비스는 그동안 얼마나 창대해졌고 앞으로는 또 얼마나 더 대단해질까.

◆전화기 이후 100여 년 만에 탄생한 휴대전화

1973년 4월3일 미국 맨해튼의 어느 거리. '마틴 쿠퍼'는 벽돌만 한 크기의 무게가 1㎏가량으로 휴대하기 힘들어 보이는 휴대전화를 들고 AT&T 벨 연구소에 전화를 걸어 "벨이 전화기를 발명한 지 107년 만에 전화가 선(線)을 버렸다"고 말했다. 이날은 모토로라(Motorola)의 엔지니어 마틴 쿠퍼가 세계 최초의 휴대전화 시험 통화에 성공한 날이다. 휴대전화라는 개념은 1947년 AT&T 벨 연구소가 가장 먼저 선보였지만 이런 현실로 만든 것은 모토로라였고 이를 해낸 인물이 마틴 쿠퍼였다. 1950년 미국 일리노이공대(IIT)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마틴 쿠퍼는 미국 해군에서 복무했으며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다. 복무를 마치고 이후 텔레타이프(Teletype Corporation)에서 경력을 쌓고 1954년부터 모토로라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하지만 이는 휴대전화로 첫 통화를 성공했다는 기록일 뿐 더 이상은 없었다. 휴대전화 상용화는 1973년 9월21일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첫 휴대전화 통화가 이뤄진 지 11년 만인 1984년 또다시 모토로라가 '모토로라 다이나택 8000X'를 출시하면서부터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스펙에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음성통화만 가능했던 모토로라 다이나택 8000X의 무게는 790g 이상, 크기는 330×44.4×88.8㎜ 정도로 벽돌 같았다. 1회 완전 충전하는데 10시간 정도 걸렸지만 통화대기는 4시간, 연속 통화는 30분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 가격은 3천995달러, 현재 기준으로는 9천달러는 넘는 수준이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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