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서학개미' 해외주식 거래 55조 돌파...2월 거래량 월간기준 역대 최대치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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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7 17:34  |  수정 2021-03-08
주요 투자 종목 하락 지속에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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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을 말하는 신조어다. 외국인 투자자에 맞서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동학개미에서 비롯된 서학개미들이 국제 증시의 주요 이슈층이 되고 있다. 서학개미들이 거래하는 주식이 크게 늘어나면서 증권업계는 이들을 겨냥한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해외 주요 주식의 거래도 활발해 지고 있다.

 


◆해외주식 거래 50조 돌파…2030 서학개미도 '급증'
지난달 국내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거래는 1월보다 35%나 급등한 56조원에 육박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2월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거래액(매수 결제액+매도 결제액)은 497억2천950만달러(약 55조9천954억원)에 달한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월간 기준 역대 최대다. 이전 최대치 역시 올 1월 기록한 368억120만 달러(약 41조4천381억원)였다.

 

해외 주식 거래는 작년 10월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난달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매수 결제액-매도 결제액)은 31억9천880만달러(3조6천19억원)로 전월 대비 38% 줄었다. 매수세 보다는 매도세가 컸다는 의미다.


테슬라(3억443만달러)가 여전히 순매수 금액 1위였다. 이어 팔란티어(2억5천619만달러)와 유니티 소프트웨어(2억2천961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팔란티어는 빅데이터 분석 기업이다.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게임업체다. 4위를 차지한 애플(1억5천513만달러) 등에 이어 서학개미가 찾아낸 새로운 투자처다.


이 같은 해외주식 투자붐에 편승해 2030세대 비율이 1년 전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했다. NH투자증권 해외주식계좌를 분석한 결과, 올 1월 기준 연령대 비중은 30대가 37%로 가장 많고 20대가 27.5%로 뒤를 이었다. 해외주식 투자자 3명 중 2명(64.5%)은 20~30대인 셈이다. 1년 전(36.8%)에 비해 2030세대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한 2020년 1월부터 올 1월까지 연령대별 해외주식계좌 증가율에서도 20대(2천437%)와 30대(1천186%)는 압도적인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와 함께 '동학개미운동 열풍'이 진행되며 젊은 세대들의 주식투자 관심도가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국내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주로 미국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금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471억 달러로 미국 주식이 전체 보유금액의 79.3%(373억 달러)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 말 대비 21.1%포인 증가한 수치다. 미국주식은 올 1월에도 해외주식 결제금액(368억 달러) 가운데 대부분(90.2%, 332억 달러)을 차지했다.

◆서학개미 모셔라…증권사 서비스 경쟁도 '치열'
이처럼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활발해 지면서 증권업계의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환전 우대, 수수료 인하, 투자 지원 등 가격 경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실시간 시세 제공이나 프리마켓 서비스, 1천원 단위 소수점 거래 등 편의성 제공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래에셋대우가 가장 먼저 미국 주식 무료 실시간 시세 서비스를 제공했다. '나스닥 베이직'을 도입해 약 9천개 종목의 실시간 호가, 주문량, 체결가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KB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주식 거래의 걸림돌로 꼽혔던 시차를 고려한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KB증권, 미래에셋대우가 오후 6시부터 미국 증시 개장 전까지 프리마켓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정규시장은 한국 시간으로 밤 11시 30분에 개장하는 것을 감안하면 정규장 대비 5시간 30분 전부터 거래가 가능한 서비스이다. 키움증권은 오후 7시, 하나금융투자는 오후 8시,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는 오후 9시부터 거래가 가능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논의가 나오고 있는 소수점 거래 서비스도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해외주식 전용 앱 '미니스탁'을 출시하고 수 백만원씩 하는 대형주를 1천원 단위로 매수할 수 있도록 해 소액 해외주식 투자가 가능하도록 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리서치서비스 '에어', 미래에셋대우의 '엠클럽', 키움증권의 금융투자 플랫폼 '씽크풀' 등의 AI(인공지능)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다.

◆테슬라·애플 등 주요 투자 종목 하락세에 '시름'
하지만 최근 미국 증시 하락세에 서학개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30% 가까이 하락한 테슬라를 비롯해 주요 투자종목이 모두 부진하기 때문이다.


현지시간 5일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1% 하락했다. 최근 한 달 동안 8% 이상 떨어졌고 올해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그동안 성장성을 바탕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나스닥이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특히 국내 투자자가 주로 투자한 종목의 타격이 크다. 국내 투자자 최대 투자처인 테슬라는 시가 총액이 지난 4주 동안 2천340억 달러(약 264조2천억원) 증발했다. 테슬라는 같은 날 뉴욕 증시에서 3.8% 넘게 내려 597.95달러로 마감됐다. 마감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3일 이후 최저로 떨어지며 3개월 만에 처음으로 60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금리 불안, 전기차 경쟁 심화, 부품 부족, 비용 압박 등으로 테슬라가 강한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테슬라 비중이 높은 아크혁신상장지수펀드(ETF)도 지난 주에만 10% 넘게 떨어졌다. 최고가 대비 25% 이상 내렸다. 올 들어 상승분을 전량 반납하고 6% 하락 전환했다. 애플 역시 올 들어 9% 이상 하락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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