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경산 묘목 전국서 제일가는 접목기술" 묘목과 함께 하는 3대

  • 문순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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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21   |  발행일 2021-03-24 제12면   |  수정 2021-05-11 10:35
경산 하양읍 환상리 이태호-일권-광열씨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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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함께 묘목 농사를 하는 경산 하양읍 환상리 상일농원의 이태호 어르신과 손자 광열씨, 아들 일권씨(왼쪽부터).

3대가 묘목 농사를 하는 경산 하양읍 환상리 이일권(60) 이장댁을 찾았다.
이 이장과 부친 이태호 어르신(87) 아들 광열(34)씨가 묘목밭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3대가 함께 일하는 모습은 보기 드문 일이어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태호 어르신은 평생을 묘목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왔다. 구순을 바라보는 연세에 밭두렁에 앉아 입술을 꽉 물고 묘목을 묶는 모습은 젊은이 못지않았다.


"나이가 많아 다리가 아파 앉아서 일하지. 집에 가만있으면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밭에 나와서 좋은 공기 마시면서 일하니까 건강에도 좋고 밥맛도 좋지. 맏아들한테 농사일을 맡기고 쉬어도 되지만 일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라고 말했다. 13년 전 폐암을 앓았던 어르신은 넓은 들판에서 늘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다 보니 건강이 좋아졌다고 했다. 모친 김순복(84)씨도 둘째 아들이 포크 레인 작업하는 곁에서 일을 거들고 있었다.


묘목의 사전적 의미는 '옮겨 심는 어린나무'이다. 경산 묘목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마을로 이주한 일본 농가는 뽕나무 재배를 위해 조선인에게 뽕나무 접 기술을 전파했다고 한다. 현재 경산 묘목단지는 복숭아·감나무·매실·사과나무 등을 재배해 전국으로 유통하고 있다.


경산 자인이 고향인 이태호 어르신은 6살 때 환상리로 이사 온 마을 터줏대감이다. 어릴 때 형편이 어려워 품팔이를 했다. 접을 붙이는데 손을 댄 것은 17살 때부터였다. 뽕나무 접 기술을 익힌 당숙에게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접붙이기 기술을 배우기 위해 3년 동안 접목 부분을 봉합하는 일만 해야 했다. 그 후 자신만의 접칼을 가지고 줄기를 자르는 등 온전한 접붙이기를 전수 할 수 있었다. 겉보기에 쉬울 것 같은 접붙이기는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묘목 농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태호 어르신은 중년 때 당시 경남 진주에 있는 경남임업시험장(현 경남산림환경연구원)들에게 접 기술을 알려주기 시작해 34년 동안 충청도 전라도 등을 두루 다니면서 묘목 농민들에게 접목기술을 전파했다. 경산 묘목이 전국에서 제일가는 접목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할 때 그는 지역의 묘목 농민으로서 자부심을 지니고 있음을 느꼈다.


부친의 정신을 이어받은 이 이장은 학창 시절부터 묘목 농사와 4H, 농민단체 활동을 수십 년 동안 해 왔다. 이 이장은 4만9천여㎡(임대 포함) 정도의 묘목 농사를 짓고 있다. 수익은 해마다 다르지만 웬만한 샐러리맨 월급보다는 낫다고 한다. 이 이장의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에는 '3대가 함께 하는 상일 종묘'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아들 광열씨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 따라 밭에 가서 일했는데 흙 묻는 게 싫었다고 했다. 그러나 대학을 다니면서 농산물 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농업에 관해 공부했고, 묘목 농사의 진가를 알게 됐다. 광열씨는 묘목 농사의 최종소비자는 과수농가라며 귀농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유실수를 심으려는 사람들에게 '기르는 법'을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또한, 직접 생산한 묘목으로 농산물과 과일을 재배해 판매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로컬 푸드와 택배를 통한 직거래를 통해 농민과 소비자가 합리적인 농산물을 거래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만들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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