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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내방가사연구회 회원들이 지난 6일 라일락뜨락1956에서 콘서트와 화전놀이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코로나 때문에) 요샌 통 모일 수가 없잖은가. 모여서 공부를 할 수도 없어. 젊은이는 내년을 기약하지만, 우리는 하루가 아쉬운 거라. 이래라도 모여 내방가사를 읽을 수 있으니 참 좋으이."
영남내방가사연구회(회장·권숙희)가 지난 6일 민족시인 이상화 생가터인 카페 '라일락뜨락1956'(대구시 중구 서성로13길)에서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라일락 뜨락 콘서트'를 열었다.
카페를 찾은 손님들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이색 콘서트에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70~80대가 대부분인 영남내방가사연구회 회원들이 세월 묻은 목소리로 내방가사를 읊조리자 숨죽여 가며 귀기울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콘서트에서 첫 순서로 나온 청곡 김동기(89세)씨는 자신이 혼인 첫날밤 주안상을 더듬거리며 찾는다는 내용의 '더듬상 이야기'를 수줍은 듯 읽어 내려갔다. 진성이씨(퇴계 생가 노송정) 종부 소현당 최정숙(73)씨는 며느리가 시집오던 날에 지은 '며느리에게 주는 편지'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또 이홍자(71)·김숙희(58)씨는 윤송으로 대구찬가(모임당 권순자작)를 읽어 눈길을 끌었으며,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권숙희씨는 직접 꿀밤떡을 빚으며 지은 자작시 '꿀밤떡(도토리떡)을 낭송했다. 마지막 순서로 나온 김인숙 시인은 '녹양(푸른버들)가'를 시조창으로 불러 카페를 감성으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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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내방가사연구회 김숙희 회원이 찹살가루를 반죽해 즉석에서 꽃잎을 얹어 화전을 굽고 있다. |
가사 읽기를 마친 내방가사반 회원들은 찹쌀가루로 반죽해서 즉석에서 전을 부쳐 그 위에 참꽃을 얹은 화전(花煎)을 나누며 뒤풀이했다. 두 시간가량 이어진 화전놀이는 카페 손님들의 눈길을 또 한번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어화세상 사람들아 화전노래 들어보소 아깝도다 이봄철아 오고가지 말지어다 너는가도 다시오되 청춘홍안 한번가면 두번젊기 어렵구나'
화전놀이는 삼월 삼짇날 즈음 참꽃 필 무렵 1년에 한 번씩 꽃잎을 따서 전을 부쳐 먹으며 노는 부녀자의 봄놀이다. 이날 만큼은 제일 좋은 옷을 입고, 제일 좋은 신을 신고, 머리에는 동백기름을 바르고 곱게 단장하고 외출하는 날이기도 하다.
권 회장은 "엄혹한 일제강점기에도, '봄 떡은 나비만큼만 먹어도 날아오른다'는 말이 있던 춘궁기에도 봄날 하루 화전놀이는 행해졌다"며 "코로나로 인해 모두 초청할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화전놀이로 신명을 얻고 어려움을 극복한 선대 여인들의 지혜를 빌어 코로나 시대를 극복할 에너지를 널리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내방가사 공부를 시작한 지 10년도 안 됐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한 분이라도 더 계실 때 내방가사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조경희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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