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성장통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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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6   |  발행일 2021-04-16 제23면   |  수정 2021-04-16 07:21

어린이나 청소년이 갑자기 성장하면서 생기는 통증이 성장통이다. 사물의 규모나 세력도 커지면서 생기는 고통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이 말을 쓰기도 한다. 사람이나 기업이 크기 위해서 성장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성공한 기업이나 사람이 고난을 극복하고 더 크게 성장하는 사례도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벤처기업을 '스타트업'이라 부른다. 경북 문경에서 뿌리를 내린 스타트업 가운데 대표적인 기업이 도시 청년들을 농촌에 정착시키기 위해 만든 '〈주〉리플레이스'다. 이들은 문경의 한옥촌인 산양면 현리 고택에 차린 카페 '화수헌'과 옛 양조장을 개조한 카페 '산양정행소'를 잘 운영해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었다. 화수헌이나 산양정행소는 문경시 등 정부가 리모델링에 예산을 들였고 소유권도 자치단체에 있다. 청년들은 이들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리플레이스가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하자 일본과 국내에서 호텔 등을 운영하는 기업이 최근 함께 일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한옥을 활용한 숙박업의 비결은 리플레이스 운영자들이 낫다는 분석이 작용한 것이다. 한옥은 호텔과 달리 카페나 작은 이벤트, 주민과의 친화력 등이 필수요건이고 리플레이스는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영업이 잘되자 팔고 떠나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가 있다. 리플레이스가 호텔을 운영하는 업체와 주식 교환을 했고 이를 매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탓이다.

"문경에 직원과 가족 등 25명이 함께 뿌리를 내렸다"는 리플레이스 대표는 "주식 교환은 청년 기업이 발전하기 위한 도약의 계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호텔 운영업체는 청년 기업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한옥 운영의 기술을 가진 사람을 사들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러한 오해 속에 창업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은 문경시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귀띔조차 받지 못했다며 다소 서운한 입장을 드러냈다. 오해를 사 구설에 오른 것은 청년들의 미숙함이지만 더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의 하나이기를 바란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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