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에서 혁신찾기] 스킬즈!? 지금 투자할 때인가

  • 배민수 변호사·혁신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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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0 14:19  |  수정 2021-04-20 14:33
지난주 해외주식 매수 순위(자료 : 한국예탁결제원)

지난 주 한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 종목을 살펴보면, 기존에 다뤘던 기업 또는 자주 등장하는 ETF(Exchange Traded Fund·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가 여전히 강세인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특이한 점은 '스킬즈(티커: SKLZ)'라는 이름도 생소한 게임 플랫폼 기업이 8위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기업이기에 한국인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필자가 매긴 스킬즈의 혁신점수는 10점 만점에 4점이다.
 

◇지난 주 해외주식 순매수 순위

1위: S&P 500지수 ETF

2위: 투자 등급 회사채 지수 ETF

3위: 혁신 전기차기업 테슬라

4위: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

5위: 반도체 지수 ETF

6위: 나스닥 지수 ETF

7위: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8위: 스킬즈(Skillz)

 
◆새로운 게임사업 모델(혁신점수 4/10점)
스킬즈의 사업모델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것이다. 플레이어가 일정 참가비를 내고 게임을 해서 이기면 참가비를 모두 가져가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스킬즈는 실력이 비슷한 플레이어를 매칭시켜 주고, 플레이어의 참가비를 모아서 게임 결과에 따라 분배하는 자체 솔루션을 개발해 게임제작사에 제공하고 있다.

 

스킬즈의 매출구조는 굉장히 단순하다. 이용자 2명이 각각 0.6달러씩 참가비를 내고 게임하는 경우, 총 1.2달러 중 약 85%인 1.02달러는 게임 승리자와 게임 개발자에게 지급되고, 15%인 나머지 0.18달러는 스킬즈의 매출로 잡힌다. 즉, 스킬즈의 솔루션을 활용한 게임이 많아지고 유명해질수록 스킬즈의 매출이 증가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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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즈의 매출 구조. 출처: 스킬즈 Investor Presentation. https://s26.q4cdn.com/331039098/files/doc_downloads/2021/04/Skillz-Overview_Q4-20_03.25.21.pdf


기존 게임 생태계를 살펴보면 게임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1) 이용자에게 게임 아이템을 팔아 매출을 발생시키거나, (2) 보기 싫은 광고를 이용자에게 보게 함으로써 매출을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좋은 이용자 경험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늘 불만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스킬즈의 '야망'은 명확하다. 이 같은 기존 매출구조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좋은 이용자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매출 공식을 제시하겠다는 것. 

 

나아가 스킬즈는 '운(運)'이 아니라 '실력'으로 이길 수 있는 게임을 대상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정 게임이 실력 요소가 큰지, 운 요소가 큰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운 요소가 강해서 미국법상 도박으로 분류되면 강한 규제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실력 요소가 보다 크게 작용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스킬즈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운 요소가 있다면 (실력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도박으로 분류되고, 이는 불법이기 때문에 스킬즈의 게임을 즐길 수 없다.

 

투자자들이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아직까지 스킬즈 플랫폼의 게임이 대중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블록버스터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상위권에 있는 게임들의 순위가 잘 바뀌지 않는 점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2016년 이후 1~5위 게임을 살펴보면 간간이 새로운 게임이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대부분 게임은 상위권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종류도 카드게임, 보드게임, 스포츠게임 등으로 단순한 편이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스킬즈 매출은 Tether studio, Ilyon Dynamics, Big Run Studios 등 소수의 게임 제작사에서 제작한 게임을 통해서만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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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후 스킬즈 플랫폼의 게임 순위. 출처: 스킬즈 Investor Presentation. https://s26.q4cdn.com/331039098/files/doc_downloads/2021/04/Skillz-Overview_Q4-20_03.25.21.pdf


◆성장 가능성

'만약 어몽어스나 폴가이즈와 같은 블록버스터 게임이 스킬즈 플랫폼에서 탄생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지?'


투자자들은 스킬즈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할는지 모르겠다. 블록버스터 게임이 탄생해 이용자가 1천원의 비용으로 게임에 참여하고 또 이 중 1등하는 플레이어가 1만원을 획득한다면, 스킬즈의 매출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을까라고.

 

실제 스킬즈는 블록버스터 게임 개발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유명한 전통 아케이드 게임인 Big Buck Hunter를 개발한 Play Mechanix사와 협업해 스킬즈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NFL과 협업해 NFL 브랜드를 활용한 스킬즈 게임 개발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여기서 우승하면 공식 NFL 게임으로 스킬즈 플랫폼에 출시된다.

 

그 외에도 (1) 이용자가 불편해 하지 않을 자연스러운 광고를 도입해 ARPU(Average Revenue per User; 이용자당 매출)가 증가할 가능성, (2) 현재 참가비를 내지 않고 게임 자체만을 즐기는 이용자가 향후 참가비를 내는 유료 이용자로 전환됨으로써 ARPU가 증가할 가능성, (3) 현재 아이폰에서만 제공되는 스킬즈의 게임이 향후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제공될 경우 매출이 증가할 가능성 등은 잠재적인 성장 요소로 보인다.

 

◆리스크는 없는가

최근 스킬즈의 주가가 폭락했다. 성장주들이 모두 큰 폭의 조정을 맞고 있는 가운데 스킬즈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조정 받았다. 이는 스킬즈의 성장 가능성과는 별개로 리스크가 매우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우선, 스킬즈가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출혈 마케팅'에 나선 점을 꼽을 수 있다. 게임 참가비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아주 많이 제공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매우 큰 폭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월간 사용자 수는 정체돼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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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0년 분기별 스킬즈 게임 이용자 현황. 출처: 스킬즈 Investor Presentation. https://s26.q4cdn.com/331039098/files/doc_downloads/2021/04/Skillz-Overview_Q4-20_03.25.21.pdf


 

나아가 기술(실력)과 운의 요소에 대한 판단이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도박으로 판단돼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가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가마다 도박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 외 다른 지역으로의 진출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어

이 같은 리스크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도 스킬즈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면, 이는 스킬즈 플랫폼에서 언젠가는 블록버스터 게임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 또는 믿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핵심은 스킬즈 플랫폼에 얼마나 자주 신규 게임이 출시되느냐다. 더 자주 게임이 출시될수록 이 중에서 블록버스터 게임이 탄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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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개월 신규 출시된 스킬즈 게임. 출처: 스킬즈 홈페이지. https://games.skillz.com/


참고로 지난 2월26일, 3월15일, 그리고 4월19일 기준 스킬즈 신규 게임을 살펴보면 52일 동안 9개의 게임(빨간색 박스로 표시)이 출시됐다. 6일에 1개 꼴로 신규 게임이 출시된 셈이다. 1년 365일로 환산하면 2년간 약 60개의 게임이 출시될 것이다. 

 

과연 이 중에 블록버스터 게임이 나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배민수 <변호사·혁신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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