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시리아의 태양광발전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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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7   |  발행일 2021-06-07 제25면   |  수정 2021-06-0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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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시리아 북서쪽의 이들립 주는 크기가 경북도의 1/3 정도인데 그 지역이 2011년부터 시작된 내란 동안 반군과 알카에다의 거점지역이었다. IS의 괴수 바그다디가 숨어 있다가 살해당한 곳도 그곳이다. 시리아 정부 측에서 보면 그 지역이 반군이 지배하던 '빨갱이소굴'이나 다름없다. 그 주에는 공습을 피해 다른 곳에서 온 피란민도 많으며, 그들 일부는 난민촌에 산다. 정부가 이 '빨갱이' 주 전체에 전기를 끊어 놓으니 집마다 발전기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정제된 석유가 아니어서 소음과 연기가 지독했고, 고장이 밥 먹듯 났고, IS로부터 석유공급이 끊기자 기름 값도 두 배로 뛰어 올랐다.

이때 등장한 것이 태양광발전이다. 오지의 난민촌에도 발전이 가능하니 그것이야말로 하느님이 준 축복이다. 설치할 때 목돈이 들어가나 설치만 하면 이만한 양반도 없다. 발전시설은 야산, 올리브나무밭, 베란다 어디든 가능하다. 중고 130W 캐나다산 태양광전지판은 38달러, 중국산 400W짜리는 100달러이고, 550달러만 들이면 네 판에 배터리 등 일습을 설치하여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까지 돌릴 수 있다. 2만달러를 투자한 어떤 농부는 양수기를 돌려 채소를 멋지게 길러낸다. 그러나 난민촌의 가족은 휴대폰 충전과 LED 전등에 필요한 전기만 겨우 얻는다.

이 지방에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헬레니즘, 로마, 비잔틴 시대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데 난민들이 거기에도 들어가 돌벽에 기대 텐트를 치고 산다. 동굴에는 양을 가두고서. 물론 주 정부는 그곳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 "우리가 유적이다"라고 쓴웃음을 짓는 이들에게도 이 재생전기만큼 요긴한 것이 없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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