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플랫폼 시행 앞 줄다리기 ...몰려드는 핀테크 거리두는 은행권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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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12   |  발행일 2021-07-12 제18면   |  수정 2021-07-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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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시장의 일대 변혁을 몰고 올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을 앞두고 금융권과 빅테크·핀테크 기업 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오는 10월 출범 예정인 정부 주도 대환대출 플랫폼에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출사표를 띄우면서 사실상 금리 무한 경쟁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대해 개별 금융사의 대출 기간과 금리 조건 등 상품 정보가 공개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금융업권은 핀테크 업체가 플랫폼을 장악할 경우 종속이 이뤄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환대출 플랫폼을 10월 말 1금융권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하고, 이후 12월쯤 2금융권 등 금융권 전체로 확대 적용할 것이란 방침이다.

■시장 뒤흔들 '대환대출 플랫폼'
스마트폰으로 금융사 모든 상품 비교
더 낮은 금리로 쉽게 갈아탈 수 있어
은행 방문하지 않고도 기존 대출 해지
별도로 지출하던 법무사 비용도 절약

■은행 "하도급 될라" 참여 소극적
핀테크업체에 줄 수수료 1.6~2.0% 수준
기반 갖춘 빅테크에 고객들 쏠림 우려
플랫폼 서비스 운영시간도 의견차 커
은행권 자체 플랫폼, 당국 반대로 무산


◆원스톱 대출 갈아타기…금융권 초미의 관심

'원스톱·비대면 대환대출 인프라'는 기존 대출상품에서 금리가 더 낮은 상품으로 쉽고 편하게 갈아탈 수 있도록 비대면·원스톱으로 대출상품 이동을 중개 역할을 한다. 금융 소비자가 은행·보험 등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를 한눈에 비교하고 금리가 낮은 곳으로 바꿀 수 있는 서비스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모든 금융사의 대출상품 금리를 비교한 후 기존 대출을 해지하고 새로운 대출을 신청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엔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갈아타기 위해선 대출받은 은행에서 대출 원리금 확인 서류를 발급받고, 신규 은행을 방문해 대환대출을 신청한 후 기존 대출을 상환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사 비용도 발생했다.

대환대출을 신청하면 신규 은행에 전달되고 기존 대출 실행까지 이뤄지며, 별도 법무사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당국은 금융규제 샌드박스 인가를 받아 현재 대출 비교 서비스를 운영 중인 핀테크 업체 12곳과 은행권, 제2금융권 등을 참여토록 할 계획이다. 하나의 시스템에서 여러 금융기관 간 대출상품 이동을 중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소비자들이 보다 전 금융권에서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고 핀테크 기업의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맞물려 이른바 '금리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빅테크·핀테크 기업 출사표 줄이어

이 같은 대환대출 플랫품 출시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서비스의 한 축인 핀테크 기업들은 잇따라 출사표를 띄우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이 대환대출 플랫폼 시장 진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여러 핀테크 서비스 중 대출상품 중개 서비스가 가장 기대 수익이 좋기 때문이다. 간편 송금, 금융권 계좌조회 등 서비스가 인기는 좋지만 단순 지급결제 수수료만으로 수익 창출이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또한 기존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중심의 금융시장이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종 소비자 밀접도가 높은 핀테크 기업의 관심이 높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NHN페이코, 핀크, 핀다, SK플래닛, 마이뱅크, 핀셋, 핀테크, 팀윙크, 핀마트 등 12개 핀테크 기업이 대환대출 플랫폼 연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일단은 사업의 주체인 은행권과 금융당국의 요구 조건을 충족해야만 핀테크 업체가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참여 핀테크 기업 수를 제한하지 않고 필요 요건을 갖춘 곳이라면 진입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12곳의 핀테크 기업이 10월 전까지 기술을 갖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금융결제원에서 정한 안전성과 보안성에 대한 가이드에 부합한다면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위기감 확산 속 줄다리기 계속

하지만 정작 이번 서비스의 핵심 사업자인 은행권의 참여 의지는 적극적이지 않다. 아니 반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시중은행들이 이 플랫폼을 운영할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단순 하도급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첫째 문제는 수수료다. 빅테크·핀테크 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중개 수수료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현재 논의 중인 대환대출 플랫폼 수수료 규모는 대출 원금의 1.6~2.0% 수준이다.

특히 아직까지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진 않지만 네이버마저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가할 경우 은행이 유통과 같이 하도급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 이용자 기반과 플랫폼 역량을 갖춘 빅테크 플랫폼에 고객들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비스 운영 시간도 은행과 빅테크·핀테크업계 간 의견이 다르다. 은행은 대환대출 플랫폼 운영 시간을 은행 영업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반대편에서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24시간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최근까지 자체적으로 '금융기관 금리비교·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을 타진했다. 빅테크·핀테크 업체가 주도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고 은행권이 따로 공공적 성격을 가진 플랫폼을 만들자는 취지다. 금융당국의 반대 의견에 사실상 무산 됐지만 은행들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해프닝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권 협회와 주요 금융사 관계자들과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핀테크 업체의 조건을 정하는 협의체 구성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는 등 금융권 달래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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