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숙박앱 횡포에 맞대응, 대구출신 '착한 숙박앱' 전국 진출

  • 김형엽
  • |
  • 입력 2021-07-30 07:41  |  수정 2021-07-30 07:53  |  발행일 2021-07-30 제12면
건당 수수료·광고 없는 숙박예약앱 '꿀스테이'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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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여행, 출장, 바캉스 등 원래 있던 곳을 떠날 때 필수적인 앱이 있다. 바로 숙박 예약 앱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역별·권역별 실시간 숙박업소 정보를 비롯한 각종 할인 혜택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 합리적인 가격에 원하는 곳을 예약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숙박업소를 찾는 동안 골머리를 앓는 곳이 있다. 입점 수수료 지불과 기존 매출 유지를 위한 광고비까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감당해야 하는 숙박업소들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숙박 예약 앱에 지불되면서 숙박 업계 생태계는 대전환의 분기점을 앞두고 있다.

오로지 숙박 예약 앱 업체만 배 불리는 업계 현실을 바꾸기 위해 시작된 착한 숙박앱이 바로 '꿀스테이'다. 꿀스테이는 불합리한 시장 구조를 바꾸기 위해 대구지역 숙박업 종사자들이 직접 나서 만든 상생 방안이다.

숙박업소 월 매출 1000만원이면
예약대행업체가 450만원 가져가
높은 수수료·광고비 지출 큰부담
소비자 혜택·업체이익 늘리기위해
대구지역 숙박업계서 앱 자체개발

작년 8월 200여개 업체 제휴 이어
내달 서울·부산 등 주요도시 입점
상생하는 시장구조 만들기 앞장


◆IT업계와 손 잡은 대구 숙박업계

지난해 대구 숙박업계는 IT 기업과 손잡고 수수료와 광고비 없는 숙박 예약 앱 개발에 뛰어들었다. 독과점된 기존의 숙박 예약 앱 생태계는 이미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 요구로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구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숙박 시장은 대형 업체들이 독과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앱 운영 업체는 할인 쿠폰을 발매하면서 이용자를 모으고 있고, 숙박 업체들은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기존 매출 수준을 지키기 위해 끌려가기 바쁘다. 10% 수수료는 기본이고, 앱 상당 노출을 위한 광고비부터 할인 쿠폰까지 생존을 위한 출혈 경쟁은 심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숙박업중앙회 대구지회는 2019년 9월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 경쟁에 반발해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권역별 분류가 세분화되는 등 소기의 성과는 거두었지만, 높은 광고비 경쟁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심지어 숙박 예약 앱 업체는 본인들이 운영하는 숙박업 브랜드를 만들어 경쟁을 부추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구에서 숙박업을 하는 한 관계자는 "한 달 매출이 1천만원이면 450만원을 숙박 예약 앱 업체에 갖다 바친다"며 "이미 중개 업체 성격을 넘어서 숙박업계 자체를 쥐고 흔드는 수준"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구에서 숙박업을 하는 손희철 대표는 IT 기업 파인원커뮤니케이션즈 채지웅 대표를 찾아 광고 없는 숙박 예약 앱 개발을 직접 부탁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를 운영하던 채 대표는 고심 끝에 <주>파인스테이를 설립하며 광고비 없는 앱 '꿀스테이' 개발을 시작했다.

◆거대 숙박 예약 앱의 횡포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 숙박 예약 앱 업체들이 광고비를 낸 숙박업소에 할인쿠폰 지급 총액 및 쿠폰 종류, 발급 시기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공정위가 일부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했지만 현실은 더 심각하다.

29일 만난 대구지역 숙박업계 한 관계자는 숙박 예약 앱 업체들이 '등골을 뽑아먹고 있다'며 다소 거친 말로 울분을 토했다. 그는 "소수의 플랫폼에 다수의 소비자가 몰리면서 숙박 예약 앱 업체가 숙박업주들 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이익이 남지 않더라도 광고비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텔 등 숙박업소의 경우 매각 금액을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매출액이다. '할인 쿠폰' '상단 노출' 등 광고비 지출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매출이 눈에 띄게 줄고, 숙박업소 자체의 가치도 폭락한다. 결국 일부 앱이 독과점 수준으로 예약 구조를 틀어쥐고 있는 상황에서 숙박 업소 운영자들은 '을(乙)'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만의 영업 전략과 고객 서비스는 포기한 채 숙박업소 매각을 염두에 둔 매출 지키기 경쟁으로 내몰린 것이다. 40%를 넘나드는 비용을 숙박 예약 앱 업체에 지급한 뒤 부대비용을 제하면 손에 쥐는 이익은 그리 크지 않다.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질 낮은 서비스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전체 숙박업소 이용 금액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상생을 위한 '꿀스테이'

착한 숙박 앱을 표방한 '꿀스테이'는 지난해 8월 대구지역 200여개 업체와 제휴를 하며 첫선을 보였다. 기존 독과점 업체의 문제로 지적된 광고 자체를 없앴으며, 예약 건당 적용하던 수수료 대신 정액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는 예약 건수에 따라 10만원(월 50건 이하), 30만원(월 150건 이하), 50만원(무제한)으로 합리적인 요금체계로 책정했다.

오는 8월 광주를 기점으로 꿀스테이는 서울과 경기, 인천, 대전, 울산, 부산 등 주요 광역 시·도에 모두 입점한다.

입점 업체 확장을 통해 꿀스테이가 노리는 목표는 단순하다.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숙박 예약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앱 운영 업체에 무의미하게 갖다 바치는 광고비를 없애고, 그 혜택을 소비자가 누리면서 상호 만족스러운 숙박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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