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 영화한다] 지역출신 영화제 잇단 수상...전문인력 양성 학교·학과 설립 잇따라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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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6 10:12  |  수정 2021-08-10 14:10  |  발행일 2021-08-09 제3면

대구 영화계가 부흥을 꿈꾸고 있다. 최근 대구를 기반으로 한 장·단편 영화 제작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대구 출신 영화인들의 영화제 수상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영화 전문인력 양성 기반 개선에도 눈길이 간다. 2019년 대구영상미디어센터가 운영하는 대구영화학교가 문을 열면서 영화 전문인력의 꾸준한 배출이 이뤄지고 있다. 이 밖에도 지역 대학과 공교육 영역에서도 영화 등 미디어 관련 교육 확대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구는 2000년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가 창립되는 등 영화인들의 꾸준한 활동이 이어져 온 도시여서 영화산업 발전 토대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수성못_유지영감독
대구 출신 유지영 감독(아래 왼쪽)의 영화 '수성못' 촬영현장.<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지역 영화인 두각세 속 영화 전문인력 교육 여건 개선
대구의 영화제작 저변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대구 출신 유지영 감독의 장편 영화 '수성못'이 제작되면서부터다. 유 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했고, 졸업 작품으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수성못'의 메가폰을 잡았다.

 

'수성못' 제작 당시 거의 대부분의 스태프가 대구 영화인들로 구성됐다. 같은 해 대구 출신 김현정 감독의 '나만 없는 집'이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역시 대구 출신인 장병기 감독의 '맥북이면 다 되지요'가 같은 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대구 출신 영화인들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대구 영화는 국내 영화인들로부터 '영화계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구 영화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시점에 발맞춰 '대구단편영화제'에서도 대구경북 영화인들만을 위한 '애플시네마' 부문을 따로 만들고 대구경북 영화인들의 등용문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시행 초기 애플시네마 부문 출품작 수준이 전국 경쟁부문 작품과 비교해 뒷쳐진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상향 평준화 됐다는 것이 지역 영화계의 평가다.


영화학교_1기_촬영장
대구영화학교 1기생들이 영화 촬영을 하고 있다.<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제공>
대구 기반 영화제작이 활성화되면서 영화 전문인력 육성도 활성화되는 양상이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는 2019년 영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대구영화학교의 문을 열고 매년 12명의 교육생을 받고 있다. 대구영화학교 수료생들의 활동도 눈에 띈다. 1기 수료생인 박재현 감독은 5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단편영화 '나랑 아니면'으로 한국단편경쟁부문 감독상을 수상했다. 역시 대구영화학교 수료생인 박찬우 감독은 6월 단편영화 '국가유공자'로 '제3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대구에서도 영화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 되면서 영화 전문인력 교육 여건은 개선되고 있다.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과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영남이공대는 7월 '지역 영화영상산업 활성화를 위한 상호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영남이공대는 2022학년도 학과 개편을 통해 '시네마스쿨'을 신설한다. '시네마스쿨'에서는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로 진출 하고 있는 'K-시네마' 시장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영화전문인력, 미디어기반 사회의 리더가 될 인재를 양성한다. 10명의 제작 전문인력(연출, 활영, 편집, 조명, 사운드)과 10명의 산업전문인력(마케팅,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 수입배급 등)은 졸업 후 영화제작을 비롯한 다양한 영화기반 산업으로 진출해 'K-시네마' 시장을 이끌어 갈 전문가로 활동할 예정이다. 또한 대구시교육청은 서구의 옛 서진중 터에 학교미디어교육센터를 조성할 예정으로 이곳에서 미디어 관련 교육을 펼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동구의 달구벌고교는 영화고교로 변신을 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대구시교육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의 대구다양성영화제작지원사업을 통한 영화제작비 지원도 지역 영화인들에게 단비가 되고 있다.

◆대구의 영화적 전통과 지역 영화인들의 열정
대구의 영화제작 기반 개선은 대구가 지닌 영화적 전통과도 무관치 않다. 대구 영화의 전통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 출신 영화감독 성파(星波) 이규환(李圭煥, 1904~1982)은 국내 영화 초창기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대구를 배경으로 한 그의 영화 '임자 없는 나룻배'는 국내영화 초창기 대표적 리얼리즘(사실주의) 영화로 꼽힌다.


동족상잔의 비극인 1950년 6·25전쟁도 대구 영화계가 한 때 활발해졌던 계기가 됐다. 전쟁으로 수많은 예술인들이 대구로 피란 온 상황에서 대구의 영화제작은 활발했고, 당시 부를 축적한 자산가들이 영화제작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대구에서 활동하던 영화인들은 속속 서울로 떠나갔고 1960년대 영화법 개정도 대구를 비롯한 지방 영화계를 위축시켰다. 법 개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스튜디오를 갖추지 않으면 영화사 운영이 힘들었고, 지방에서는 메이저 영화사가 탄생할 수 없는 상황이 고착화 됐다.


신군부가 집권한 1980년대도 지역 영화계의 암흑기로 회자 된다. 표현의 자유가 크게 제약된 1980년대는 애로 영화 중심의 소극장이 범람하던 이른바 '향토 애로 영화 시대'였다. 대구에서도 이런 이유로 소극장이 번성했으나, 지역 영화제작 기반이 개선되기는 어려웠다.


아이러니 하게도 대구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 것은 거대자본이 멀티플렉스를 운영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이다. 당시 서울에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생기면서 영화계에 큰 지각변동이 온다. 이후 2003년 '올드보이'와 '살인의 추억' 등 한국 영화가 흥행몰이에 나서면서 영화제작 규모가 커지고 투자도 늘기 시작해 대구에서도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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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영화인들과 관객 간 대화의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제공>
19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디지털 영사기의 도입 역시 지역 영화제작 기반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필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영화 촬영이 가능한 디지털로 추세가 변화하면서 대구에서도 젊은 영화인들의 모임이 생겨났다. 이들은 비디오로 영화를 찍으며 모임을 가지는 등 대구 영화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2000년 3월에는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가 창립됐고, 창립 기념으로 대구단편영화제가 만들어졌다. 전국 청년들이 만든 작품들이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선을 보였을 보이면서 대구 영화제작 저변 확대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대구지역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이 조직됐고 조합은 2015년부터 지역 독립영화관전용관 오오극장을 운영 중이다. 이후 오오극장은 지역 영화인들의 구심점이 됐고 대구 영화 제작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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