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따라 상주 여행 .10] 호랑이 곶감빵과 감고을 상주 곶감빵

  • 류혜숙 작가·박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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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23   |  발행일 2021-08-23 제11면   |  수정 2021-08-23 07:44
달콤·고소한 곶감빵에 상주 스토리 입혀 맛·재미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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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출시된 호랑이 곶감빵은 신토불이 무방부제 캐릭터 빵으로 호랑이와 곶감 두 가지 모양에 상주의 특산물인 곶감을 넣어 만들었다. 주인공 민재와 친구들이 상주를 여행하고 모험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입혀 맛과 재미, 지역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상품이다.

옛날 옛날에 너무너무 배고픈 호랑이가 있었습니다. 호랑이는 마을에 내려와서 먹을 게 있나 열심히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아이 우는 소리를 들었지요. "자꾸 울면 호랑이한테 물어가라고 한다." 엄마는 아이를 달랬지만 그래도 아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어요. '나를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자 곶감이다, 곶감." 곶감 소리에 아이는 뚝 울음을 멈췄어요. '곶감은 진짜 무서운 녀석인가 봐!' 호랑이는 너무 놀라 허둥지둥 달아났답니다. 전래동화 '호랑이와 곶감'이다. 읽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 생각에 꿀꺽 침을 삼킨다. 오감이 꿈틀댄다. 이 동화를 떠올리며 이야기가 흐르는 빵, 이야기에서 맛이 느껴지는 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가 있다. 상주의 호랑이 곶감빵 이야기다.

무방부제 신토불이 캐릭터빵
올 1월 출시후 전국 입소문
'호랑이와 곶감' 동화서 영감
지역의 관광자원·역사 등
창작동화에 접목 인기몰이
뉴질랜드 수출도 적극 추진
쌀가루와 곶감으로 만든
'감고을 상주곶감빵'도 나와


호랑이곶감빵
호랑이 곶감빵은 '호랑이 곶감빵 오리지널' '호랑이 곶감빵 팥앙금' '호랑이 커피빵' 등 세 가지로, 모양이 무척 예뻐서 인기가 높다.

#1. 호랑이 곶감빵

'가을 햇살 입술에 물고, 문장대에 산바람 안고, 분 바른 얼굴마다 드리운 향기, 속살 가득 채웠구나, 주렁주렁 가지 끝에, 익어가는 감을 따서, 하늘에다 매달고, 사랑으로 빚어낸, 쫄깃쫄깃 씹는 그 맛, 꿀보다도 달구나, 천하제일 상주 곶감아, 가을바람 가슴에 품고, 경천대에 물소리 안고, 분 바른 얼굴마다 드리운 향기, 속살 가득 채웠구나.'

호랑이 곶감빵 상자를 열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초겨울 상주 전체를 물들이는 붉은 곶감이 떠오른다. 잘근거리는 식감과 달콤한 맛도 떠오른다. 문장대와 경천대의 먹먹한 아름다움도 눈 앞에 펼쳐진다.

호랑이 곶감빵은 지난 1월에 출시된 신토불이 무방부제 캐릭터 빵이다. 호랑이와 곶감 두가지 모양에 국가중요농업유산인 상주 곶감을 넣어 만들었다. 여기에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창작한 이야기를 입혔다. 주요 스토리는 주인공 민재와 친구들이 상주를 여행하고 모험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배경은 상주 지역의 아름다운 관광자원을 활용했다. 맛과 재미, 지역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상품이다. 호랑이 곶감빵 출시 이후 전국에서 어머니들의 전화 문의가 많다고 한다. 빵 구입은 물론 스토리 공개 일자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호랑이 곶감빵 이야기는 현재 4화까지 공개되었으며 21화까지 창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호랑이 곶감빵을 개발한 이는 <주>팜드리의 김보규 대표다. 서울 사람인 그는 건축가였다. 어느 날 퇴근길에 안정적인 삶과 주체적인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인생의 계획을 장기적으로 세우고 도전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는 외가가 있는 상주에 땅을 사고 감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2013년 상주로 귀농했다. 처음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강아지 다솜이와 살며 고군분투했다. 먹먹했다. 혼자서 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다. 바쁜 일정을 처리하다 보면 뭔가 중요한 것이 빠진듯했고, 막연하게 불안했고, 뭔가 위험 요소가 다가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중요도별로 일정을 세우고, 오늘의 할 일, 내일의 할 일, 월별·연도별 계획을 세우고 차분히 진행해 나가면서 조금씩 자신감과 명확한 길이 보였다. 곶감을 만들면서 결혼을 했다. 그리고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팜드리를 설립했다. 팜드리는 농장(farm)과 드리(dri)를 합한 이름으로 '농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소비자에게 드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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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팜드리 김보규 대표가 호랑이 곶감빵을 만들고 있다. 현재 농협 하나로마트와 코로나 격리자 간식으로 납품 중이다.

김보규 대표는 2017년경 상주와 가까운 구미에 40여 평 규모의 팜드리마트를 열었다. 당시 매장 한 편에서 빵을 구워 팔았는데 빵을 굽는 시간만 되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때 호랑이 곶감빵 스토리를 구상했다. 이후 그는 구미 가게를 접고 상주 농장에 전념한다. 2019년에는 농식품부 주관의 창업콘테스트 '판매왕 챌린지'에 도전해 본선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지난해 상주시농업기술센터 지원 사업인 곶감빵 상품화 기반조성 시범사업에 선정된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덕분에 캐릭터작업, 몰드작업, 시제품 출시 등 기획에서 출시까지 모든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출시된 캐릭터 빵은 '호랑이 곶감빵 오리지널' '호랑이 곶감빵 팥앙금' '호랑이 커피빵' 세가지다. 모양이 무척 예뻐서 눈으로 먼저 먹는다. 오리지널은 고급 버터의 풍미와 함께 쫄깃한 곶감의 식감을 즐길 수 있다. 팥앙금은 달콤한 팥앙금과 고소한 호두와 함께 곶감이 씹힌다. 커피빵은 버터의 풍미와 커피의 향이 어우러진 풍성한 맛이다. 호랑이 곶감빵은 따뜻할 때 보다 식은 후가 더 맛있다. 현재 농협 하나로마트, 코로나 격리자 간식으로 납품 중이다. 최근에는 수출 주문을 받아 1차 샘플을 뉴질랜드에 보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호랑이 곶감빵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상주를 알리고 싶다는 계획이다.

#2. 감고을 상주 곶감빵

상주에는 호랑이 곶감빵과 함께 '감고을 상주 곶감빵'도 출시되고 있다.

상주농업기술센터의 곶감빵 상품화 기반조성 사업은 상주시의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품을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 2018년에 추진된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탄생한 것이 상주의 명물인 곶감과 쌀을 이용해 만든 '감고을 상주 곶감빵'이다. 상주시농업기술센터와 지역의 제과제빵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그리고 고품질의 곶감과 쌀을 생산하는 농부들이 힘을 합쳐 개발해 낸 '속 편한 쌀빵, 건강을 챙겨주는 곶감빵'이다. '감고을 상주 곶감빵'은 팥앙금이나 생크림 대신에 곶감을 사용하고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만든 빵으로 곶감 특유의 단 맛과 쌀가루의 식감을 잘 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상주 곶감 쌀빵의 개발은 2017년부터 추진됐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아 뭉쳐지지 않는 쌀의 특성과 떫은맛인 탄닌을 함유한 곶감의 물성 때문에 개발은 쉽지 않았다. 개발 연구는 상주가 고향이고 충남 홍성에서 제과제빵 대학에 재직 중인 경영호 교수가 담당했다.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역의 빵집 사장님들이 곶감 쌀빵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지역 빵집 사장님들은 시식과 품평회를 통해 맛과 작업성 등을 지속적으로 보완 작업했다. 그렇게 베이커리 10종, 관광상품용 7종의 곶감 쌀빵이 탄생했다. 그리고 상표권 1종, 포장박스 디자인권 2종에 대한 지식재산 등록을 2018년 10월에 마쳤다.

쌀은 빵 만들기에 적합한 형태로 가루를 내고, 곶감은 씨를 제거하고 곱게 갈아 한 단계 더 가공과정을 거쳐 롤케이크나 만주, 타르트 등을 굽는 데 사용한다. 같은 재료로 곶감쌀찐빵을 쪄내기도 한다. 부드러움은 밀가루 빵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고소하고 촉촉한 맛은 밀가루 빵에서는 느낄 수 없는 건강한 식감이다. 무엇보다 속이 편안하다. 현재 상주 곶감쌀빵은 미성 베이커리와 로제베이커리에서 맛볼 수 있다. 미성 베이커리에서는 쌀 식빵, 크랜베리 쌀빵, 곶감 쌀롤케이크, 쌀 와플, 쌀 밤식빵, 곶감 먹물 쌀빵 등을 만들고 있다. 로제 베이커리에는 반달 쌀빵, 블루베리 쌀빵, 무화과 건포도 쌀빵, 백설공주 쌀빵, 무화과건포도 쌀빵 등이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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