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소통

  • 양은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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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23   |  발행일 2021-08-25 제12면   |  수정 2021-08-25 08:39
양은주시민기자
양은주 시민기자

한 달 전쯤 딸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 갔을 때의 일이다. 숙소만 정한 채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났지만, 딸은 SNS를 검색해서 우리가 가볼 장소와 식사메뉴 등을 정했다. 거기에는 꽤 자세한 정보와 솔직한 리뷰들이 적혀 있어서 참고하기에 좋았다. 그리고 거의 실제와 별다름 없이 내용이 비교적 정확했다.


이른바 '핫플'이라는 곳에서는 똑같은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고,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어느 쪽에서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서로 지켜보는 그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기다리는 시간이 지겹지 않았다. 주문하는 음식도 한결같이 똑같은 메뉴다. 필수해시태그를 달아주면 서비스 음료는 기본이다. 왠지 속은 것 같은 기분이 언뜻 들지만 실제로 맛도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다.


몇 달 전만 해도 그냥 지나쳤던 곳이 인기 해시태그 덕분에 사람들이 몰려들게 된다니, SNS의 힘은 대단했다. 다른 사람도 꼭 먹어봤으면 좋겠다 싶은 음식점이 맛집으로 유명해진 것도 내 일처럼 기분 좋았다. 반면에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딸아이의 리뷰 검색을 거치면서 매정하게 제외당해버렸다. 개인마다 취향이 있는데,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기도 했다. SNS에 의견이나 정보를 게시함으로써 그 반응으로 웃고 우는 세상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덕분에 여행은 매우 만족스럽게 끝이 났다.


돌이켜보면 최근 우리의 일상생활은 SNS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특정한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구축해 주는 온라인 서비스인 SNS(Social Network Service)는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반화되고 있는 요즘은 회의, 수업, 생필품 구매 등 온라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생활 속 거리두기, 사적 모임 자제, 집에 머물기를 지켜야 한다. 자연스레 SNS와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간단한 이모티콘 하나로 안부를 묻고 또 그렇게 답한다. 사진 한 장으로 서로의 근황을 살피기도 한다. 동시에 여러 명과 인사를 나눌 수 있어 좋고, 공감의 확인 또한 쉽고 빠르다. 정보를 공유하기에는 이만한 게 없다. 물론 악성 댓글로 고통을 받거나 허위정보로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온라인상에서의 표현이나 거래는 더욱더 조심하고 신중해야겠다.


앞서 말한 모든 게 '소통'이다. 지금 우리 사회 최고의 화두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가족끼리 집안에 같이 있으면서도 핸드폰 문자로 이야기하고, 우편함에는 교통 범칙금 납부 용지서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소통이 넘치는 것 같지만 진정한 소통의 부재를 느낀다.
며칠 전 동네 산책을 하다가 길가에 세워진 빨간 우체통이 눈에 띄었다. 오랜 시간 그 자리에 있었는지 낡고 색깔이 바랬다. 괜히 반가웠다. 오늘은 친구에게 정성 들여 손편지 한 장 쓰고 우표 붙여서 잘 지내는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물어봐야겠다.


양은주 시민기자 yej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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