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수도권 집중 심화] 수도권에 반도체·바이오 알짜 몰아주고 신도시 추가 건설까지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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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29 19:42  |  수정 2021-08-31 17:33  |  발행일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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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혁신도시전경. 문재인 정부 동안 10개 혁신도시보다 1개의 수도권 신도시가 더 많은 인구유발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영남일보 DB>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전국이 골고루 잘 사는 대한민국'을 12가지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집권 4년 동안 수도권 집중은 오히려 더 심화했고, 지역쇠퇴는 더욱 두드러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알짜 산업을 수도권에 유치하는 것은 물론 수도권 신도시, GTX 건설 등으로 수도권 집중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균형발전 예산마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산업 수도권이 유치

지난 2019년 2월 정부는 SK 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용지를 경기도 용인에 허용했다. 당시 경북 구미, 충남 천안, 충북 청주 등 지방 도시가 유치에 나섰지만, 정부는 지방 도시를 제쳐둔 것은 물론 수도권 공장 총량제까지 풀었다.


SK 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문재인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첫 사례다. 정부는 10년간 120조원이 투입되는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판교와 용인, 평택을 잇는 '한국형 실리콘밸리'가 현실화 할 수 있다고 보고 총력 지원에 나섰다.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으면서 각 지자체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던 'K 바이오랩 허브'도 인천 송도가 가져갔다. 당 초 대전 시장이 제안한 사업이었지만 과실은 수도권이 가져간 셈이다.


여기에다 안동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고 있는 SK 바이오 사이언스의 본사가 오는 9월 인천 송도로 옮길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인천 송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 바이오 사이언스 등 국내 바이오기업 '빅3'가 모두 자리 잡는 도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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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 제공.

◆10개 혁신도시 압도하는 동탄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수도권 집중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수도권 집중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대표 사례로는 2018년 12월 발표한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들 수 있다.


경기도 남양주 왕숙 등 5개 신도시와 26개 중소 택지에 주택 30만 채를 공급하고, 이들 지역에 GTX 등 5개 광역철도 254㎞를 공급한다는 게 핵심 내용으로 이는 수도권 집중을 더욱 부채질할 전망이다.


특히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10개의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큰 '동탄 신도시'의 인구 증가 수는 10개 혁신도시를 압도한다. 동탄 신도시의 인구수는 2017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22만6천93명에서 36만9천773명으로 14만3천680명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비수도권 지역 10개 혁신도시의 인구는 17만4천277명에서 22만9천401명으로 5만5천124명 증가했다. 10개 혁신도시보다 1개의 수도권 신도시가 더 많은 인구유발 효과를 낸 것이다.

◆수도권 40조 Vs 비수도권 8조
사회간접자본(SOC) 등 각종 공공시설 투자도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2개 이상 시·도를 연결하는 '광역철도'의 경우 수도권에서는 현재 △GTX(광역 급행철도) △신분당선 △분당선 △중앙선 △신안산선 등 13개 사업(소요 사업비 총 40조 원)이 추진되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대구권 1단계(구미~대구~경산)' ,'충청권 1단계(계룡~대전 신탄진)' 등 기존 철도 노선을 개량하는 것을 위주로 1조 원 규모의 4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국토부는 최근 '4차 국가 철도망 계획'에 새로 반영된 11개 광역철도 사업 중 비수도권 지역 5개 노선의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사업은 총 7조6천억 원 규모다. 비수도권 지역 사업을 모두 합쳐도 8조6천억 원으로 수도권 40조 원의 21.5%에 불과하다.

◆균형예산마저 서울에 집중
이런 와중에 지역 발전을 위한 균형발전 예산마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균형발전 예산은 2005년 약 5조4천억 원을 시작으로 점점 늘어나 해마다 10조 원 안팎이 책정됐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균형발전 예산을 더하면 모두 144조 원이다.


민간연구소인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까지 14년간 균형발전 예산을 집계한 결과 이 예산이 수도권에서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에 투입된 균형발전 예산은 2008년 361억 원에서 올해 2천267억 원으로 527% 증가했다.


또 기획재정부가 재정정보공개시스템 '열린 재정'에 공개한 연도별 세출 세부사업 내역에 따르면 동부간선도로(988억 원), 태릉~구리광역도로(128억 원) 등 수도권 교통망 확충과 관련된 69개 사업에 균형발전 예산 6조9천365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교통 및 물류 분야에 배정된 전체 균형발전 예산 총액(23조2587억 원)의 30%에 이르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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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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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 제공.

◆서울과 경기, 전체 취업자 수의 40% 이상
일자리는 수도권에 집중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3일 발표한 '지역 고용시장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사업체 및 취업자 수가 서울과 경기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취업자 수를 살펴 보면 2020년 기준 경기 690만 9천 명(25.7%), 서울 505만1천 명(18.8%)으로 전체 취업자의 44.5%를 차지했다. 대구와 경북은 각각 118만4천 명(4.4%), 141만 8천 명(5.3%)이었다. 경기와 서울의 사업체 수 또한 2019년 기준 각각 77만 1천 개, 67만1천 개로 전국 사업체 수의 42.2%를 차지했다.


2020년 기준 평균 임금 수준은 서울·경기·울산이 높았고, 광주·대구·제주는 낮았다. 서울의 평균 임금은 374만6천 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경기(346만7천 원), 울산(343만8천 원) 순이었다. 평균 임금이 가장 낮은 곳은 광주(298만9천 원), 대구(294만 원), 제주(272만7천 원) 순이었다.


이에 따라 전체 GRDP에서 서울과 경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승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990~2019년까지 서울과 경기가 전체 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2.3%에서 약 47.4%로 5.1% 포인트 올랐다고 분석했다.


특히 경기의 경우 전체 GRDP 대비 비중이 1990년 약 16.4%에서 2019년 약 24.9%로 8.4% 포인트나 올랐다.

◆비수도권 성장 기반 미흡
현대연구원은 "다수의 광역시도는 소득과 경제력(GRDP 규모) 및 일자리와 같은 경제 여건은 물론 혁신역량·재정과 같은 현재와 미래의 성장 기반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가운데 인구 감소 및 유출 현상마저 이어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해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존 정책의 재평가 및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 간 격차 해소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전제 조건이라고 보고, 교육·의료·문화·관광·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도권과 같이 뛰어난 인프라를 지방에서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역 재정 여건을 확충하는 한편 재정 운용의 자율성 개선을 통해 맞춤형 전략 추진을 위한 중장기 투자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는 물론 중앙과 지방에 산재해 있는 많은 공공부문의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모 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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