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미래 먹거리 창출 포항가속기연구소(1)]...코로나 치료제 및 진단시약 연구에도 성과

  • 김기태
  • |
  • 입력 2021-09-04 15:12   |  수정 2021-09-13 11:29
연간 7천여 명의 연구자가 1천800여 개의 과제 수행하기 위해 방문
포항가속기연구소
포항가속기연구소 전경<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2021090401000127700004692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빔라인 배치도(실험시설 배치도).<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2021090401000127700004693
포스코 박태준 명예회장(우측)과 포항공대 김호길 초대학장.<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1994년 12월 탄생한 국내 최초의 가속기인 포항방사광가속기는 이제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갖춘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로 거듭나며 우리나라 과학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현재 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동에 있는 포항가속기연구소에는 실험을 하기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심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해외입국자는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연구진들이 앞다퉈 방사광가속기에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포항을 찾고 있다. 방사광가속기가 대체 어떤 시설이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걸까? 그리고 또 어떤 연구를 할 수 있는 걸까?

■물질을 꿰뚫어 보는 방사광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 시킨 뒤, 원형으로 회전운동을 하면서 이극전자석과 삽입 장치를 통해 방사광을 방출시키는 장치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방사광은 인간이 만드는 매우 강력한 인공의 빛으로 고체의 원자구조, 분자 및 중요한 생물학적 구조를 탐구할 수 있어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재료공학 등 기초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신약개발, 반도체 개발, 촉매나 고분자물질과 같은 응용과학, 공학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불가능했던 연구를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과학기술의 초석
포항가속기연구소는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와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를 운영 중이다.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는 현재 36기의 빔 라인(실험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는 3개의 빔 라인(7개의 실험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박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더라면 가속기 사업은 시작할 수도 없었다. 박 회장은 일본 출장 중 쓰쿠바에 있는 고에너지물리연구소(KEK)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대규모 연구시설 건설과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첨단기술에 큰 감명을 받았다. 박 회장은 1986년 문을 연 포항공대(포스텍)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속기가 꼭 필요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박 명예회장은 "나의 약속에는 김호길 포항공대 총장이 건의한 방사광가속기 설립도 포함돼 있었다. 생명공학 의학 등에서 우리나라가 첨단 과학기술의 기초를 다지려면 방사광가속기는 꼭 필요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1994년 12월, 세계에서 5번째로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Pohang Light Source, PLS)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2011년,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의 성능을 향상하는 사업을 성공했으며, 2011~2016년 세계에서 3번째로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PAL X-ray Free Electron Laser, PAL-XFEL)를 구축했다. 30여 년간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하면서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산업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방사광가속기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정밀 연구 장비, 제어시스템 등 국내 산업체에 많은 기술이전과 기술개발을 도우며 성장해왔다.

2021090401000127700004694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 실험준비 모습.<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하기 위해 연간 7천여 명의 연구자가 1천800여 개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에서 발생하는 방사광은 적외선부터 X-선에 이르는 넓은 파장 영역을 가지며 일반 실험실에서 만들어 내는 광원에 비하여 백만 배 이상 밝다. 이렇게 밝은 빛을 이용함으로써 종전에는 불가능했거나 어려웠던 실험을 수행하게 할 수 있게 됐다. 화학과 물리, 생명, 재료 등의 순수 기초과학 및 의학, 철강, 반도체, 기계, 전자공학에 이르는 다양한 응용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는 현재 세계에서 5기만 운영 중이다. 2021년 현재 미국, 일본, 독일 스위스와 비교해 포항가속기연구소의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오는 빛의 세기가 약 10배 이상 밝다. 또한, 실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빔 안정도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포스트 코로나, 그리고 인류의 먹거리
코로나-19가 펜데믹을 가져오면서 세계 각국 방사광가속기의 연구 방향도 코로나-19에 집중됐다. 미국의 아르곤 국립 방사광가속기(APS)는 코로나 항체를 3D로 시각화 하는 데 성공했고, 영국 방사광가속기(Diamond)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개발에 필수 역할인 바이러스 구조 분석과 백신 효과측정,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지난 30여 년 간 한국을 이끄는 초석이자 디딤돌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생명공학, 헬스, 환경 등 국내에서도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방사광 활용연구로 식물의 광합성 과정을 이해하고 응용하게 된다면 인류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과 다름 없는 것이다.


해외 방사광가속기 연구소와 마찬가지로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도 올해부터 코로나 치료지 및 진단 시약 연구들이 성과를 내고 있는데, 이어지는 다음 기획에서 자세한 내용을 다루기로 한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