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거울 아닌 자신의 몸에 물어보세요

  • 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대학원장
  • |
  • 입력 2021-09-13   |  발행일 2021-09-13 제13면   |  수정 2021-09-13 08:36

2021091201000350500014151

동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는 매일 거울에 누가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지 묻습니다. 그리곤 혹시라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말할까 초조해 마녀의 심장은 콩당콩당 뛰고 장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마침내 거울이 "왕비님이십니다"라고 답을 주면 그제서야 긴장감에 꼬였던 장도 풀리고 심장박동도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그러고 다시 거울을 보면 정말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입니다.

사람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도 아닌데 왜 거울에 보이는 모습은 그때그때 달라 보이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우리 몸속의 감각기관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오감(五感)'은 외(外)수용감각(exteroception)입니다. 외수용감각은 눈·귀·코·혀·피부를 통해 우리 몸 밖의 정보를 인식합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는 우리 몸속의 정보를 감지하는 감각도 있는데, 내부 장기로부터의 정보를 인식하는 내(內)수용감각(interoception)과 근육이나 힘줄들로부터의 정보를 인식하는 고유(固有)수용감각(prorpioception)입니다. 특히 내수용감각은 심장박동처럼 주로 무의식적으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불안해지면 심장이 심하게 뛰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처럼 내수용감각은 감정상태와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거울에 물어볼 때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을까 '백설공주' 속 마녀는 불안하여 속이 좋지 않고 심장도 빨리 뛰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실제 내수용감각이 자신의 외모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지난 9월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의 제인 애스펠 교수 연구진이 '코텍스(Cortex)'지에 발표하였습니다. 심장이나 장에서 보내는 내수용감각에 뇌가 둔감할수록 자신 몸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체중에 대한 집착도 커진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스스로의 외모를 판단할 때 내수용감각 능력이 약하면 거울을 통해 보이는 외수용감각인 시각에 더 의존하게 되어 결국 자신의 감정상태에 따라 보이는 이미지에 더 의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볼 때마다 달라 보이는 거울 속 내 모습의 마술인 것이죠.

이처럼 내수용감각은 매우 중요한 감각입니다. 평소 자신의 심장박동(행복할 때의 심장박동과 불안할 때의 심장박동은 심박수는 물론 그 리듬도 다릅니다)과 장이 내게 보내는 소리(과식이나 과음, 너무 매운 것을 많이 먹으면 장은 힘들다고 말합니다)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인다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속아 섭식장애를 경험하거나 작은 심박변화로도 쉽게 패닉상태에 빠지는 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며, 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오늘부터 여러분도 아이돌 그룹 '2PM'이 부르는 '하트비트'와 그 율동을 따라 하며 여러분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심 어떨까요. 그럼 거울 속 여러분은 아주 멋지게 보일 것입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대학원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에듀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