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대박 꿈의 필연적 추락과 정의의 분노

  •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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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29   |  발행일 2021-09-29 제26면   |  수정 2021-09-29 07:22
권력에 기댄 대박 추구 횡행

文대통령 종전선언 주장도

대선 앞 정치적 대박 노림수

현정부 권력독점 이념 미화

서민에 좌절과 절망만 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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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잠재성장률이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자본과 노동의 생산요소를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로 2000년대 초반 5.1%에서 20년간 줄곧 하락했다. 2030년에는 아예 1% 이하로 떨어진다는 한국금융연구원의 전망이다. 성장이 거의 멈춘다는 얘기다. 특히 주요 국가 추세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도 우리나라는 지금 중병 상태임을 알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4~2018년 우리나라의 산업역동성은 선진국과 주요국 간 경제협력기구체인 OECD 33개국 중 30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가장 빠르게 하락하는 나라다. 자영업자 폐업이 줄을 잇고 있고, 청년실업률은 20년래 최악이며 세계 최저 출산율에 최고 자살률이다.

원인은 정치사회의 기득권 구조에다 이념과 진영 간 대립에 있다. 특히 권력과 기득권 독점 내지는 탈취 싸움이 본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국민은 특유의 발전 지향성으로 생업과 취업 전선에서 꿈을 향해 여전히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심지어 대박의 사례에는 화제가 집중된다. 그러나 성장이 멈춘 사회에서는 전반적인 실현율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대박이란 스포츠나 문화예술, 혁신적 분야 등 특출한 객관적 능력이 입증된 아주 제한된 사례 외에는 없는 것이 정상이다. 이들 분야 성공은 대박이라 칭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대박이 끊임없이 얘기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기득권이 강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를 이끄는 정치와 공공분야에서 특히 그렇다.

최근 '화천대유' 사건이 대표적이다. 대주주와 동업자들이 정계, 법조, 언론인 등 기득권층끼리 상호 연결돼 있다. 민간사업인데 공영개발 요소를 형식적으로 넣어 공공 개발부지를 저렴하게 매입해 비싸게 매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 거액의 차익을 자신들과 뒷배 권력자들 간에 주고받은 모습들이 역연하다. 야당이라고 다를 게 없다. 야당 의원 관련 정황이 나오자 같은 야당의 초선들이 사퇴하라고 성명을 냈다. 여권의 몸통 문제 규명에도 그만큼 신속하고 강경했던가. 꼬리 자르기에만 바쁘다. 이 사건 아니고도 기득권에 기반한 대박 추구 행태는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에 또다시 뜬금없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주장하고, 북한 최고권력의 대리자 김여정은 남북정상회담 가능이라는 화답을 보냈다. 이미 불가능하고 무용지물로 드러났음에도 임기 말 대선을 앞두고 거론했다는 점에서 그 속성이나 본질은 정치적 대박의 노림에 다름없다. 북의 핵 폐기 의사 없음은 절대 불변임이 밝혀진 상황에서 우리 쪽 유엔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되는 사안만으로는 협의의 실질적 진전이 될 수 없음에도 '평화'라는 현혹적 구호를 내걸고 있다.

결국 대박을 향한 꿈은, 특히 멈춘 사회에서는 서민에게 좌절과 절망만 키우고 있다. 기득권자나 주변부의 경우는 사회의 건전한 발전동력과 통합성의 저해를 끊임없이 낳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조정 해소하고 통합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정권과 정치권 및 정부의 역할이자 의무다. 그러나 현 정권은 모든 비판과 권고는 아예 무시한 채 대놓고 권력 독점으로 그들의 이념 미화 선전으로만 가고 있다. 이제 국민의 '정의의 분노'는 필수적인 나라 상태다. 5개월여 남은 대선이 더더욱 절체절명의 순간으로 다가온다.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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